모래밭 발자국
얼음이 가시지 않은 냇가를 거닐며는
달마다해마다 어스러이 몸을 바꾸는 냇물길사이로
할머니 밭매러가는 길에 한낮을 물놀이로 보낼적 봐왔던 모래밭
이리저리 발자국도 그때와 같아
왜가리 멧돼지 너구리 고라니 아무개의 발자국에
여름날 모래알만치 빛나던 적도 아닌데
호기심에 붙들려 그 자국을 쫓던 나이도 아닌데
냇가를 거닐며 발걸음을 멈춰선
어지러운 발자국에 눈을 쫒는다
어지러운 발자국에 눈을 쫒는다
그 물길들과 그 걸음들에 시선을 담고
황망히 시린 가슴을 옷깃으로 여미며 나는
문득
돌아본 이가 남긴 발자국을 보며 미적이 웃었다
돌아본 이가 남긴 발자국을 보며 미적이 웃었다
냇가와 모래밭과 발자국과 발걸음이 그날과 다르지 않게 되었음에
어지러인 발자국위로 그 여름날의 물빛같이 웃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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