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 이과풍경 (천변풍경 전과생 ver.)
문돌이는 한길 대치동에 거의 쉴 사이 없이 깔린 현강을, 신기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싶게 수강하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얼굴에, 머리에, 등덜미에, 잠깐 동안 부러움 가득한 눈을 주었다.
“아버지. 우린, 대치동, 안 가요?”
“아, 대성패스 끊어 줬는데, 대치동은 뭣 하러 가니?”
아무리 패스가 있더라도, 현강 좀 들어 보면 어떠냐고, 문돌이는 적이 불평이었으나, 다음 순간, 그는 언제까지든 그것 한 가지에만 마음을 주고 있을 수 없게, 이제까지 문과 구석에서 단순한 모든 것에 익숙해 온 그의 어린 눈과 또 귀는 어지럽게도 바빴다.
현강도 현강이려니와, 웬 수학가형이며 과탐 실모가 그렇게 쉴 새 없이 뒤를 이어서 달리느냐.
어디 ‘모의고사'가 선 듯도 싶지 않건만, 학생들은 또 왜 그리 학원에 넘치게 들끓느냐.
이 층, 삼 층, 사 층…… 웬 학원들이 이리 높고, 또 그 위에는 무슨 독서실이 그리 유난스레도 많이 걸려 있느냐.
문과서, ‘영리하다’ ‘똑똑하다’, 바로 별명 비슷이 불려 온 문돌이로도, 어느 틈엔가, 제풀에 딱 벌려진 제 입을 어쩌는 수 없이, 마분지 조각으로 명찰을 만들어쓰고, 부교재를 돌리고 있는 조교 모양에도, 그의 눈은, 쉽사리 놀라고, 강대 앞 수많은 재수생들의 앞장을 서서, 몽당수염 난 조교가 신나게 부는 호루라기 소리에도, 이과 전과생 문돌이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게 들떴다.
그는 눈을 들어, 이번에는 학원 바로 위 독서실의, 간판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학원을 가지 않는 재수생들이, 칸막이 친 그 앞에 앉아서들 잡담을 하고, 더러는 샤프를 유난스러이 전후좌우로 놀려 가며, 그것은 또 무슨 장난인지, 그림을 그려 가며 문제 푸는 시늉을 한다. 그것이 ‘기하'라는 것의 연습임을 배운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거니와, 그러한 장난도 문돌이의 눈에는 퍽이나 재미스러웠다.
그러한 문돌이의 눈에, 강남과 대치동을 오고 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모두가, 한결같이 잘나만 보이는 것도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니냐. 졸업하고서도 교복을 입고 다니는 찐따 재수생이며, 깔깔이 입은 군필 5수생이며, 그러한 모든 사람은 이를 것도 없거니와 피씨방에 모여서들 담배 피우고, 나형이나 선택하고, 과탐부심이나 부리고, 그러는 패션이과 떼들도, 이들이 결코 문과가 아니라 이과일진댄, 그것들은 그만큼 행복일 수 있지 않느냐.
더구나, 문돌이는, 줄창, 이곳에만 있어, 오직 이곳 강의만 사랑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암만 좋은 강의래두, 밤낮 본다면 물리고 만다……’
그러나 이제 문돌이는 ‘초월함수'도 볼 수 있고, ‘공간도형’도 볼 수 있고, 옳지, 또 복잡한 계산이 없도록 여러 문제에 활용할 수있다는 ‘벡터’라는 것이 있다지 않나.
4수생 형 말을 들으면, 머리가 어찔하게 현기증이 나더라지만, 그것은 푸는 법을 몰라 그럴 것이다.
‘눈을 꼭 감고만 있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
문돌이는, 말로만 들었지 정작 눈으로 본 일은 없는 ‘벡터’라는 문제를, 잠깐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만들어 보느라 골몰이었으나, 어느 틈엔가 제 곁에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모여 선 것을 깨닫고, 그들을 둘러보았다.
“얘가 문과 아이다, 문과 아이야.”
고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그밖에 더 안 된 아이가, 옆에 있는 아이들을 둘러 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모두 고만고만한 또래의 딴 아이들이,
“그래, 문과 아이야, 문과 아이……”
저마다 연방 고개를 끄덕이고, 고등학교 1학년이나 중학생조차, 잘 안 돌아 가는 혀끝을 놀리어, “문레기, 문레기.” 하고, 빤히 저를 쳐다보는 것에, 문돌이는 그러한 것에도 쉽사리 붉어지는 제 얼굴을 아무렇게도 하는 수 없이, 문득, 등 뒤에서 요란스러이 울린 오지훈 강의 인사말 소리에, 그만 질겁을 하여 한옆으로 허둥대며 비켜서는 꼴을 보고, 그 결코 그렇게는 놀라는 일이 없는 ‘이과 아이’들이, “하, 하, 하” 하고 가장 재미있는 듯 싶게 한바탕을 웃었을 때, 문돌이는 귀밑까지 새빨개가지고 마음 속에 끝없는 모욕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저를 비웃은 아이는, 옆에 모여 선 그 애들뿐이 아니다. 개천 건너 이발소 창 앞에 앉아, 저보다 좀 큰 아이가 아까부터 제 편만 지켜보고 있었던 듯싶어,
“하, 하, 하…… 녀석, 놀라기는……” 하고, 그러한 말을 하더니, 눈이 마주치자, “너, 이과로, 오늘 바꿨구나?”
아주 장수생같이 그러한 것을 묻는다.
문돌이는 또 변변치 못하게 얼굴을 붉히며, 가까스로 고개를 한 번 끄떡하고, 문득, 부모를 떠나 외따로이 이러한 원룸에서 이제 어떻게 지내 가나 겁이 부썩 나며, 그저 아버지가 ‘수학 나형’에나 데려다 주고, ‘사탐’이나 구경시켜 주고, 또 ‘이기상’ 있다는 데로 데리고 가 주고, 그러한 다음에, 같이 문과로나 다시 돌아갔으면, 그러면 퍽 좋겠다고 침을 몇 덩어리나 삼키며, 저 혼자 속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0 XDK (+4,700)
-
1,010
-
10
-
10
-
10
-
10
-
100
-
10
-
10
-
100
-
모아보기 누르는데 갑자기 이 화면 뜨고 프로필 누르니까 이거 뜨길래 ㄹㅇ 산화된...
-
수학 10번부터 15번까지 답은 기억이 나는데 1번부터 9번이 기억이 안남 근데 제...
-
이제 컨셉질 그만함 12
난 십상남자임
-
만일 소수가 규칙이 있다면 그 규칙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낼수 있는가? 어떻게 증명할것인가
-
하 ㅅㅂ 2
기하 28 침대에서 보니 쉬운 문제네 기하는 수능장에서 쫄아서 겁먹고 못풀기 딱...
-
다 갔냐 14
인증해도 되냐 이제
-
오늘 안자면 5+5 니까 뭐 많이 잔 거 아닐까? 라는 긍?정적인생각
-
올해 통통이 92인데.. 설경이 목푭니다 . 삼수는 미적으로 돌릴까요 ㅠㅠㅠ 어케할까요
-
통통이 설경… 5
올해 기준으로 언확생윤사문 97 98 1 98 99면 가려나요??
-
몇번 보기 힘들때는 금방 까먹어버림.. 좀지나면...잊혀지게 되는데 대신 메타때...
-
애기자러감 1
안잘거라는뜻
-
ㅇㅈ 3
-
진짜 잔다. 7
다들 편안한 밤 되십쇼. 샤따 내립니다 빨리 나가요 이제
-
착한사람 히히..
-
대체 다들 얼마나 속아보신거?
-
이시간까지 잠을 못이루는중
-
ㅇㅈㅇㅈ 1
하면 여자인증 인 셈이니까 여자인셈치죠
-
인생 망햇네 그냥 하
-
잘자 애기들아 13
애기들이라고 했는데 웬 틀딱이 들어왔노
-
다들 자러가니까 9
급격히 우울해지네.. 나새기왜살지
-
으흐흐 11
다이어트 중인데 으흐흐
-
비슷한 점수 반응들 보면 국숭세단 노려볼 만 한다는데… 진짜 이 점수로 국숭세단을...
-
카톡 알림 떠서 기분 좋개 확인하러 들어갔는데 병무청.. 내 알아 갈게요.. 그만...
-
억잠하러간다
-
너무졸려 3
자야겟다 진자..
-
제거 정도는 돼야 설치랑 비교할만하지
-
4시네 자야지 3
다들 잘자요
-
저장할거임
-
하씨.벌
-
존못이라 울었다..
-
그래서 조용히 삭제했음..
-
아무거나 해주세요 답할지 말지는 몰루
-
오늘초대형배설했네 12
글몇개를쓴거야이버러지새끼
-
아 불면증 5
어쨋거나 자는건 생리현상같은건데 어젯밤도 새놓고 또 졸리지 않다는게 이해가 가지...
-
정상 질문 받아요 16
이번에도 이상한 질문하면 철권으러 따라와
-
차이 별로 없으면 삼수 안하는 게 맞나요? 재수 하다가 8월부터 일이 생겨서 공부를...
-
다시 존예가 인증할 차례다
-
아...
-
질받하고 자겟습니다 24
무슨 질문을 하든 진실만을 말하겠슴뇨
-
너무졸렵다 6
-
ㅇㅈ 15
ㅈㅌ
-
도와줘라
-
4시 전엔 잔다 5
반드시 그래야만 해. 9시에 기상해야 한다고.
-
ㅇㅈ 2
3배각 공식 ㅇㅈ
-
26수능 잘봐서 5
서울대 합격해서 오르비 인증하고 싶다.. 25년도 소원은 서울대 최초합 뚫는거..
-
님이 이성한테 안 먹히는갑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이씨발나도알고싶지않았어
-
마킹이나 가채점표 실수는 안했다고 확신할수있습니다 연대 경영이나 서울대 인문 가능할까요…
-
형아가 크리스마스 이브까진 해 오랬는데 시간이 안 나서 걱정이야
-
넌천재구나..
재밌어요ㅋㅋ필력 조음
열심히쓰셨네요 ㅋㅋㅋㅋ
이륙허가
띵작...
현웃ㅋㅋㅋㅋ
이거 무슨소설 고치신거죠? 작년에 본작품이었는데 ㅋㅋ
천변풍경이여
제목에적혀있구나 ㅎㅎ 감사
ㅋㅋㅋㅋ
문제 "저보다 큰 아이"는 "옆에 모여선 그 아이들"이긴 하지만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오르비문학
문학ㅡ추
ㅋ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현웃터짐ㅋㅋㅋㅋ
ㅋㅋㅋㅋㅋ대박 ㅋㅋㅋㅋㅋ
ㅋㅋㅋㅌㅋㅋㅌㅋㅋㅋ 개웃기다
졸업하고서도 교복을 입고 다니는 찐따 재수생 ㅋㅋㅋㅋㅋ
미쳤다 ㅋㅋㅋ 되게 참신하고 신박하네요 ㅎㅎ
ㅋㅋㅋㅋㅋ
문과풍경도 만들어 주세요 ㅠㅠ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한.버전좀요 ㅋㅋㅋ
재밌네요!!! 다음것 기대하겠습니당
이기상에서 터졌다
엌ㅋㅋ 겁나잘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