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 칼럼] 영어는 동사중심의 언어이다
어느 분께서 모 커뮤니티에
"완벽히 영어 독해되려면 애벌레 같은 단어도 외워야하지 않나요?"라고 하셔서
아침에 독재 학원 들어가며 글 한 편 올려봅니다.
우선 그분의 질문에 답을 해드리자면
아뇨. 전혀 필요 없습니다.
영어나 국어나... 일반명사 or 고유명사의 대부분은
그 뜻을 몰라도 문맥으로 해석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라고 치고
극단적으로 "의자" 같은 단어를 모른다고 쳐도
"의자에 앉아라"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앉다'의 명령형 "앉아라"가 뭔지만 알아도
'아... 앉으라는 얘기구나. 어디에? 의자...아, 앉아야 할 처소(장소)를 가리키는 말이구나'
이렇게 유추할 수 있고
이런 사고과정은 채 1초가 안 걸립니다.
그럼 모든 단어를 외울 필요가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비록 진정으로 '올바른' 영어공부는
듣기와 말하기가 50, 직독직해가 35
어법이 10 단어는 5에 불과하지만
단시간에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역시 단어 공부라는 것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럼 영어 단어는 어떤 걸 중심으로 공부해야 할까요?
곧바로 결론에 이르기 전에..
제가 실은 반수생인데
학과 전공수업에서 언어학 이론들을 배우곤 했습니다.
여기서 언어학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기엔
제 지식도 부족하고 여유도 없으니
개괄적으로만 소개하자면...
모든 언어는 '수직축'과 '수평축'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로만 야콥슨의 이론)
수직축은 예를 들어,
(나)는 너를 사랑해
(선생님)은 너를 사랑해
(정채연)은 너를 사랑해 (...)
이렇게 문장 구조에서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선택되는 것이에요.
나는 너를 (사랑해)
(미워해)
(동경해)
이것도 수직축의 원리에 따라 술어(동사)를 선택한 예시입니다.
수평축이란 쉽게 말해
나는 + 너를 + 사랑해
와 같이, 단어들을 결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모든 언어 행위는
수직축과 수평축의 배열입니다.
다만 언어에 따라
이 배열 구조가 다를 뿐입니다.
영어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영어의 배열 구조를 몸으로 체화함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영어와 중국어의 배열 구조는 유사합니다.
주어+술어(동사)+목적어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국어는 목적어 중심의 언어인 반면
영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입니다.
영어에서 나머지 단어들을 선택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짓는 것은
결국 동사입니다.
자,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동사 위주로 단어를 공부하세요.
그러면 문장이 눈에 들어오실 겁니다.
가령,
"I'll accuse you."라는 완전한 문장을
발화하지 않더라도
"Accuse, you."라고만 말해도
(난 너를 고소하겠어)라는 의미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동사 accuse만 이해하면 말이죠.
+
간혹 주어와 동사가 도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중요한 건 문두의 부사어입니다.
자 종합해서 정리하면
-일반 명사 / 고유 명사는 그냥 알아만 두자.
-영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다.
-영어 어휘는 동사 위주로 공부하자.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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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80%인데 혹시 1000 이하일 확률도 계산가능한가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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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디 조발은 0
정시에 딱딱 맞춰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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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로밖에 몰라?! 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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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멘
물론 최선의 경우는 단어 하나 하나가 완벽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한국어로 언어생활 할 때도, 단어 하나 하나를 파악해가며 이해하나요 아니면 문장 전체를 곧바로 파악하나요...?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건 사실 단어 하나 하나가 아닙니다. 단어들을 포괄하는 문장에 대한 독해이죠. "문장을 구성하는 게 단어들이니 결국 단어 파악이 중요치 않나요?"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언어 공부는 실제 언어 생활에 맞게끔 해야 합니다. 단어가 문장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문장에서 단어가 선택되고 결합될 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에 공부할 때 '영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은 적이 있지만,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사실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ㅎㅎ. 실제 영어의 의사소통은 명사 위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단적인 예로 한국어에서는 "물 더 마실래?"라고 해도 영어에서는 "More water?" 정도로 끝내는 거죠. Drink를 넣고자 하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겁니다. 또한 '전치사'가 있는 언어들은 이 전치사로 인해 더욱 더 명사의 중요도가 커지구요.
즉 동사 중심인지 명사 중심인지는 결국 강조점에 따라서, 관점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도 옳으십니다. 저도 공부가 부족해서, 일단은 정석적인 언어배열구조에 따라 글을 써봤습니다. 명사가 중요치 않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ㅎㅎ
다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실제 언어 생활에서, (물론 예시로 드신 "More water?"의 경우는 다르지만요) 명사는 바로 파악이 안 되더라도 문맥상 독해가 가능하지만, 동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동사에 주안점을 두고 공부를 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가 제 생각입니다 ㅎ
다만 오히려 제 관점과 반대로 "영어가 명사 중심이고, 한국어는 동사 중심"이다라는 논지의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이것은 관점의 차이라서, 옳다 그르다의 문제까지는 아닌듯 합니다...ㅎ
네 맞습니다 ㅎㅎ 관점의 차이라서, 더 중요한 관점을 취하고 결국 문맥이 결정한다는 점을 핵심으로 가르치고 배우면 될 듯 합니다!
네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드신 예시에서 '의자에 앉아라'에서 앉아라,만 보고 '의자에'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의자에'를 알고 '앉아라'를 몰라도, '의자에'만 보고도 즉 전치사+명사 형태만 보고도 동사를 떠올리기가 충분히 쉽습니다. 의자에 '서지는' 않으니까요. 사실 '앉아라'만 봤을 때에는 실제 의자를 가리키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디에 앉으라는 건지 예측하기도 어렵죠. 앉는 대상은 의자 말고도 많으니.. 그렇지만 '의자에'를 알면 십중팔구는 앉는다가 나오기도 합니다. vice versa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고, 사실 저는 계속 가르치면서 문맥 상 추론 시 오히려 명사의 중요성을 조금 더 쳐주는 편입니다.
역시 저도 동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고, 어디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공부하냐의 차이겠지요. 무엇보다, 명상를 알고 동사를 추론하든, 동사를 알고 명사를 추론하든 모두 context에서 이뤄진다는 게 가장 중요하겠고요 ㅎㅎ.
넵...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보기에, 저는 통사론적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한 반면 Shean님께서는 의미론에 입각하여 말씀해주신 듯 합니다.. 결국 언어 공부는 다양한 관점을 병행해야 될 것 같습니다 ㅎㅎ
맞습니다 편식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ㅎㅎ 내공 있는 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와 내용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