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표와 통계에 대해서
매년 오르비를 포함한 각종 입시사이트에서는 각 대학교의 합격선을 추정해서 발표합니다. 우선적으로 원점수를 기준으로 한 배치표를 작성하고, 그 다음 소위 '합격 예측 서비스'를 통해서 각 과 별 합격선에 대한 개별적인 추정치들을 내놓지요. 이때, 모든 배치표와 자료에서 쓰이는 도구는 다름 아닌 통계입니다. 그런데, 오르비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특히 문과분들이 통계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 통계를 제대로 배우셨다면 제가 앞으로 쓰는 글은 이미 다 알고 계실테니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통계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아시다시피, 통계적 추정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은 오차와 신뢰도로 이루어집니다. 합격선을 X 라고 추정 했을 때, 모든 추정에는 반드시 +-a의 오차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 연세대 경영 대학 합격선을 348점이라고 추정한 경우 여기서 +-a 의 차이는 당연히 나게 마련이고, 오차의 범위 내에서 합격선을 추정한 경우는 당연하지만 제대로 된 추정입니다. 그러나 +-a 의 변동으로 한 명의 수험생이 떨어지는 것이 입시입니다. 게다가 신뢰도의 개념이 들어가면 더 복잡해집니다. 신뢰도가 95%라는 것은 수많은 신뢰 구간 중 약 95%가 최대 허용 오차 내에서 합격선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합격선을 추정해 내놓을 때는 수많은 신뢰 구간 중 하나를 골라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95%에 속할지, 5%에 속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입시 기관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오차를 줄이고 신뢰도를 높히려고 합니다. 작년에 Fait 논란이 있고나서 올라온 글을 읽어보셨다면, 아마도 이런 논리를 발견하실 수 있으셨을겁니다. "......이번 배치표가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오르비는 다른 여타 기관들보다 더 정확한 합격선 예측을 해오고 있다. 우리의 통계 시스템은 매년도 오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점점 더 정확하게 배치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나면, 작년에 합격점수를 3점 높게 추정한 경우를 +3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작년의 경험을 적용해 올해 합격선을 2점 낮게 추정한 경우는 -2가 되고, 합격선 추정은 조금 더 정확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겠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수험생들이 약간의 합격선 차이로 합격하기도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실상 정말로 완벽한 추정치를 내놓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작년에 더 정확하게 예측했던 기관이 올해도 더 정확하게 예측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통계적 자료들은 어떤 기관이 내놓았던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결코 100% 맞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방어적으로 바라보아야하는 것입니다.
오르비가 예측하면 미래는 현실이 된다.
-그러나 예측된 미래는 더 이상 옳은 미래가 아니다.
게다가 입시에는 한 가지 변수가 더 해지게 됩니다. 바로, 그 유명한 '지원자들의 심리'입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입니다. "작년에 연대 경영이 폭발했으니, 올해는 고대 경영에 지원자가 몰려서 역으로 폭발이 나지 않을까요? 그럼 역시 연대 경영을 써야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답이 없는 문제라는 것쯤은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과거의 사례들로 현재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옳을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틀릴 때도 있습니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례들입니다. 그나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넓게 보아 "'대략적으로' 어느 대학교에 가려면 이 정도 백분위를 맞아야 하더라." 혹은, "'대체로' 상경 계열 지원자들의 점수 분포대가 인문 계열의 지원자들보다 높더라." 정도일뿐입니다.
작년에 라끄리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올바른 합격선을 추정했다고 하자. 하지만 이 합격선을 발표하면 지원자들은 이에 영향을 받아 의사 결정을 바꾸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시 올바른 합격선은 이동하게 되고, 내가 기존에 추정한 합격선은 더 이상 올바른 것이 아닌 것이다." 딜레마입니다. 마치 물리학에서 관측 자체가 입자에 영향을 줘서 100% 정확한 관측을 하지 못하는 상황과도 같습니다. 이까지 고려해서 올바른 합격선 추정을 '배타적'으로 '일부' 사람들에게만 제공하여 추정의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논리가 Fait에 깃들어있습니다. Fait를 구입하시면, 결코 Fait 분석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정확성이 높아지니 그런 문구를 삽입한 것이겠지요.) 모두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다시 반복해 말하건데, 어떤 통계이든, 어떤 배치표이든, 어떤 합격 예측이든 읽을 때는 반드시 주의하셔야합니다. 분명 각각의 통계 자료들은 여러분들의 의사 결정에 근거가 되어야합니다. 평가원이 1등부터 줄세워서 몇 등인지 알려주지 않는 한, 의지할 수 있는 자료는 통계적 추정치들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서술했듯이, 통계를 맹신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둔 채로 통계를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직관 따위는 사고 속에서 지워버리십시오. 이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100/96/100/50/48 연대 갈 수 있나요?" 류의 질문들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연대 떡치겠네요. 발씻고 주무세요." 혹은 "서성한까지 생각해두셔야할 듯 ㅜㅡ 물수능 짜증나네여."와 같은 답변이 올라옵니다. 그러나 질문도, 답변도 하등의 의미가 없는 것들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게시판 분위기가 '수험생들의 심리'라는 변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론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수시 준비를 하신다거나 하는 일이 아닌 이상은 다른 의미있는 일들을 찾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의미있는 일에는 당연히 휴식도 포함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곧 대한민국의 최고 지성인들의 집단에 속하게 될 예비 대학생들이십니다. 그러나 대학교에 진학하신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모두 지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세대학교 홍석민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대학은 그저 대충 학점이나 잘받으러 다니려면 정말로 할 것이 없는 곳이고, 반대로 공부를 하려고만 한다면 정말 끝도 없이 할 것이 많은 곳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성인이라는 타이틀 이전에, 최소한 여러분들이 바라는 '폼나는 삶'이라도 살기 위해서는 갖추어야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나치게 의미없는 일에 여러분이 골몰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 한 편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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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이 걍 등수를 알려주면 이런일이 없을텐데 왜 안 알려주는건지..
학벌 사회를 조장한다는 이유겠지요. 일부러 발표 안하는 지금도 뭐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지만요.
근데 또 그건좀아닌거같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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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치면 양자역학 // 사회로 치면 사회문화 현상이 보편성+특수성을 갖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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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말씀하시네요.ㅋㅋㅋ 정확합니다. 둘 다 결론은 '대략적으로는(확률적으로는) 알겠어도 정확히는 모르겠다.'죠.
언어기출중에 그 "딩"소리, "댕"소리 문제가 생각나네요 ㅋㅋㅋ 보기에 딩댕 댕댕 딩딩 이런거써져있어서 첨에 웃기던데 ㅋㅋ
그런데 중간에 '동'이! ㅋㅋㅋ 언어의 기술이었나, 그 문제 해설한 것 보고 꽤 신선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능을 확실히 대충 만들지는 않는가봐요. 올해는 왜이렇게 쉽게 냈는지...
ㅋㅋㅋ 올해언어는그래도어려웠다구요.. 물론 유건탕건틀린제잘못이지만
와 백퍼공감 진짜 레알 적절한 비유네요 ㅋㅋㅋ
저성적 혹시 저인가요 ㅋㅋㅋㅋㅋ
입시 불확정성의 원리 ㅋㅋ
Fait를 구매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는건 어떨지..
라끄리님도 먹고 사셔야죠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인원을제한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Fait은 가격 비탄력적인 재화인 듯 ㅋㅋㅋㅋ
현재 상태에서는 배제성은 있지만 경합성은 없음
여기에 경합성을 부여하면...
독점적경쟁시장이니까 나름의가격결정력은 있겠지요 ㅋㅋㅋ
진지한 댓글을 달아보자면, 사실 가격은 경제학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지만 그건 이상적인 영역에 가깝고, 현실은 회계적인 요소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고 합니다. ㅋㅋㅋ 가격은 Fait 원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네요.
라끄리님은 상관없지 않나요 ?
아, 매일 오르비는 수능성적발표때까지는 보지 말자 하면서도 들어오게되는데ㅋㅋ 어젯밤도 수시공부하고 밤에 들어와서 칼레이도스코프보고 작년보다 내려간 백분위에 절망하다 잠들었습니다. 그래도 자고나니 다시 힘이나고 또 오늘 Ixle님 글 읽으니 정신이 드네요. 일단 고대수시까지는 열심히 달리고 그 이후에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겠습니다. 바이올린도 다시 배우고 재수하느라 비어버린 머리도 '양질'의 책으로 다시 채우고요. 사람들 피했던 작년과는 달리 수능 망쳐도 응원해준 사람들은 만나러 다녀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독서와 만남과 취미 생활만큼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고대 수시, 그리고 정시에서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오옹 ㅋㅋㅋㅋ 너 통계 복전이나 하지그래? ㅋㅋㅋㅋ
통계학 입문 수준 지식으로 복전은 ㅋㅋㅋ
Monte Carlo's fallacy... (EBS 참조)
무슨 말씀이신가 했더니 도박사의 오류를 몬테 카를로의 오류라고 부르는군요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옳은 말씀인것 같습니다.
근데 작년에 fai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