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 적는 수능과 원서
수능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엄마께 미역국을 차려달라고 했다. 마침 수능날이 아버지 생신이셔서 미역국 차려달라고 했다. 못 보면 미역국 탓할 수 있도록 차려달라고 했다.
수능장이 가자마자 의자높이를 맞췄다. 몸이 커서 높이가 안 맞으면 불편하다. 복도에 남는 의자에서 핀까지 가져와 맞춰놓고 학교친구들과 복도에서 떠들다 돌아오니 다시 의자가 낮아져있었다. 어떤 놈이 의자를 바꿔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교무실에서 핀을 가져와 맞췄다. 언짢았다.
국어를 보기전에 차를 마시려 가방을 열어봤다. 점심으로 갈비탕을 텀블러에 가져갔는데 압력이 높아져서 뚜껑이 통으로 열려버렸고 국이 넘쳤다. 기분이 떨떠름하면서도 못 봐도 되는 핑계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어는 초반 화작문이 너무 잘 풀려서, 평소에 너무 잘하는 과목이어서 만만히 본 탓에 2점짜리 장기이식 문제에 너무 시간을 오래 썼고 결국 뒷지문 3개와 마킹을 20분만에 마쳐야했다. 살면서 시간이 남지 않은 적 없던 국어에서 살면서 틀려본 적 없는 경제지문을 시간때문에 버렸다. 경제지문을 풀지 않고 그냥 가채점표를 작성했다. 포기했었다. 88점, 살면서 가장 낮은 점수인 것 같다.
수학은 걱정이 많았다. 6평에 만점을 받은 이후로 계속 성적이 떨어져서 자신감이 없었다. 한 30분 걸려 다 풀었던 것같다. 너무 쉽게 풀려서 걱정했다. 모든 문제를 2번정도 더 풀었다. 100점이었다.
차게 식은 갈비탕을 먹고 오니 의자는 바뀌어 있었다. 높이를 맞춰놓은 의자를 또 누가 바꿔간 것이다. 시험 시작 직전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불편하게 영어를 풀었다. 잘 풀리지도 않았다. 97점이었다.
사탐에선 사문이 어려웠다. 헷갈리는 문제에 시간을 많이 써서 20번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했다. 19번까지의 답을 마킹하고 20번에는 가장 적게 나온 2번을 마킹했다. 마킹하고 나서 5가지 보기중 2번만 풀어봤다. 풀어보니 2번이었다. 사문은 만점이었다. 쉽게 푼 생윤이 48점이었다.
아랍어는 그냥 1번과 2번만 공부해서 풀었고 나머지는 5번으로 찍고 몇 문제는 느낌으로 풀었다. 19점, 3등급이 나왔다.
원서영역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중학교에서부터 경제학과 지망이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공부라고 생각해서다. 막상 원서를 쓰자니 취직이 좋다는 경영이 마음을 흔들었다.
또, 고려대에 가고 싶어했다.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연세대 간 사람은 없지만 고려대는 많이 간다. 그래서 연고대급 내신이면 고대만 붙는다.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고대를 생각하니 나도 그랬다. 매일같이 매점에서 슈퍼콘 민트초코를 먹으며 친구와 "민초코대 가자!"라고 말하곤 했다. 지방에 살고 관심도 없어서 연대가 어떻고 고대가 어떻고는 잘 모르지만 고대를 꿈꿨다.
결국, 연세대 경제학과를 썼다. 오랜 꿈인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대학교를 고른 기준은 정원이었다. 19명 정원의 고대경제에 1년을 걸 수 없었다. 76명 정원의 연대경제를 넣었다. 입시 경쟁 분석 사이트 마지막 업데이트에서 고대 경제를 엄청 널널하게 잡아서 6칸이 나왔다. 고대경제가 터질 것 같아서 5칸인 연대경제를 넣었다. 아직 합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연대경제는 역대 최저 경쟁률이라고 한다. 붙을 것 같다.
이렇게 수능과 원서에 대해 길게 쓴 까닭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국어를 망친 건 실력이 부족했다. 수학을 잘 본 건 운이 좋았다. 100점은 더 올라갈 점수가 없다. 남들 점수가 중요하다. 나에겐 쉬운 시험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려워서 나는 좋은 표준점수를 얻었다. 또, 사회문화는 찍다시피 푼 20번이 운이 좋아 맞았다. 원서는 어떤가. 고민하다가 넣은 원서가 역대 최저 경쟁률이란다.
운이 중요하다. 하지만 운을 기를 순 없으니 실력을 갈고 닦는다. 일이 안 풀리면 운이 나쁜가보다 생각하고 털어내고 일이 잘 풀리면 하늘이 도와주시나보다 여기고 감사하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근데 주면 안될까? 이미 합격점수 아닌거 같아 긍데 그냥 붙여주라 이유는 없고 그냥...
-
논술 경쟁률보니까 아주가 인하보다 훨씬 높네. 둘다 최저도없어서 비슷할줄 알았는데...
-
97 아니면 98로 생각하고 있으면 되나요?? 98은 42가 컷일 때고..?
-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중이다 난 그냥 묵묵히 밥이나 먹었다...
-
자연은 자연/공대 인문은 상경/인문 등등 이렇게 갈 수 있게 나뉘어있는건가요? 특히...
-
누군가 탈릅했다 0
팔로워 팔로잉 둘 다 1 줄었어
-
하 모지 두번 풀었는데
-
왼손 손짓이....으음..
-
작년 재작년에 350점 만점에 몇점 받아야 합격점수인가욮?? 어려운 편이에요??
-
더 이상 수능은 안봅니다 복학하면 아쉬운거고… ㅎㅎㅎ
-
고2 정시파이터이고 목표는 22입니다! 사문생윤은 쌩노베 지구는 내신 2~3등급정도...
-
이글을쓰는 지금도 뿔고있음
-
해외 가보신분 3
그... 체크카드에 마스터카드 표시되있고 해외결제기능 켜놓으면 그냥 가서...
-
수리는 다들 잘 푸셔서 최소의 변별만 되고 1번에서 갈릴듯하네요...
-
골반 넓은 남자 12
있으신가요? 친구가 골반 넓어서 바지 핏이 안예쁘다고 슬퍼함
-
확통 미적 효율은 킬러를 본격적으로 손댈 때부터 바뀌는 듯 2
미적이랑 확통이 표점차가 난다면, 그에 해당하는 표점만큼 킬러를 더 풀기 위해...
-
내신 aa bb cc 이거 알 수 있나요? 아님 1차합 안해도 알 수 있음??? 아시는 분 답좀…
-
집에 25국어마더텅이 있긴한데 나중에 26강기분할때 생각날까봐 그냥 수학만 할까?...
-
왜 3번에 맨날 경제만 내다가 경영을 냈지 휴학 전에 경영학과였어서 ;; 경제...
-
ㅇㅇ
-
설공 설치 이런곳 힘들다고 봐야하나요 내신bb
-
탈출해서 2등급됨
-
지금 미적분 진도빼고있는데 이때 수1수2 공부는 보통 어떻게 하시나용 하루하루...
-
신창섭 아닐까요? 전 신창섭을보고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내 탐구랑 당신 국수랑 섞었을때 의대가 되는지 궁금함
-
우울하구나 4
우울해
-
대입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부제: 노베에서 메이저의까지) 2
안녕하세요. 애정하는 오르비언 여러분. 노베 지도 전문 강사 겸, 문법&구문독해...
-
애가 영어 내신을 던진다고하길래 남은시간이 입시상담이 되어버린;;
-
ㅁㅌㅊ
-
최저가 높고 그 성적이면 다른 곳 가는 사람 많은거 감안해도 무조건 200점은...
-
이거 1년동안 다 들어요? 가볍게 한바퀴 돌린학생이라면 뭐뭐 순서로 듣는게 좋을까요...
-
재수 고민 0
일반고 내신 2.7이고 최저 맞춰서 경북대나 부산대 가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다...
-
저메추 좀 15
ㅈㄱㄴ
-
작년 최종컷보다 높은건 당연한데 재작년 최종컷보다도 추합권 훨씬 높게 잡네
-
15개정 있는데 또사야하나요?
-
경북대 모공후기 3
1번 다품 2번 2다시 3빼고 다품 과논 지구는 내신때만 해봐서 걍 뭐가 빨리...
-
닮음비 어케 구하지
-
국어 5등급 씹노베는 인강듣는게 좋은가요 아님 피램같은 독학서로 하는게 좋은가요?
-
강기분 개강전에 하려해서 26피램은 못 할것같고 25년도껀 많이 안 올라와있네요ㅠㅠ...
-
알바 갔다오니까 피곤해ㅐ 오늘 쉴래 D-355 [24년도 성적] 6평(현장응시) :...
-
모공빼고 다 된다고 들은것 같기도?
-
다들 너무 걱정은 마세용 틀려도 합격 ㅆㄱㄴ
-
지구사문 vs 세지사문 고민중인데 사1과1 말고 사2해도 사탐 둘다 1받는다는 전제...
-
10%정도인가......슬프다
-
아 그리고 48-47점 표점 증발 뜰수도 있나요?
-
지1의 어려움은 물화생이랑 다름
-
중고사이트에도 잘 없어서ㅜㅜ
-
영어난도가 4%던 15%던 항상 15분 정도 남기고 다 풂. 뭐 말은 4문제...
-
메디컬 노력량과 가성비에 관한 생각: 메디컬=시대인재다. 2
의대생들 중에 "의대생들 공부 개많이 한다. 의대생들 공부하는 것만큼 일반 대학에서...
-
아주의가 적정?ㅆㅂ
독수리대 가즈아!!!!
호랑이 못 잃어 엉엉ㅠ
운이 좋은 것 같아서 감사하는 중입니다
공감~ 실력을 갈고 닦다보면 운이 올때 잡을 수 있지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축하합니다.
만사에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