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학 공부법(단권화 노트법) - 5
고교 수학 공부법(단권화 노트법)
이 글은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 때 알게 되는 단권화 공부법을 어떻게 하면 고교 때부터 적용시켜 공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 본 것입니다. 수학 교사, 강사 분들이 보는 웹사이트에 올려 비평을 받았는데 좋은 반응이 있어 일반 학생과 학부모님께도 글을 드려 봅니다. 이 글 다음으로는 학부모님께서 학생 공부를 효율적으로 돕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차례 1) 중학 수학 공부와 고교 수학 공부의 차이 2)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 3) 수학 교재 분석 4) 실력 정석 공부 문제 5) 단권화 공부법 6) 단권화와 학원 공부의 조화
5) 단권화 공부법
이제 제가 생각하는 공부법의 가장 핵심인 단권화 공부법을 소개합니다.
단권화는 쉽게 말해 핵심노트와 오답노트를 한 권으로 만드는 것이고, 개념서, 표준적 문제집, 학교 선택 문제집, 수능 기출 문제집, EBS교재를 모두 정리해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아직 수능을 대비할 생각이 없다면 앞의 세 권 정도만 대상으로 해도 됩니다. 원래 고시에서는 기본서 두 권과 문제집 한 권을 대상으로 단권화하는데 수능에서는 필수 문제집이 많다 보니 어쩔수없이 책자 수가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인 개념서로는 바이블(이투스 간)과 정석이 있습니다. 풍산자 등을 보는 분도 있는데 자기에게 맞는다면 그 어떤 것을 택해도 좋습니다. 개념서는 무엇보다 공식 유도와 예제 풀이가 잘 되어 있고, 연습문제도 너무 어렵지 않은 것을 택해야 합니다. 어차피 개념서 이후에 4가지의 문제집을 추가로 더 봐야 하므로 개념서는 표준적인 문제 풀이 접근법만 잘 나와 있는 책이면 됩니다. 이런 면에서 정석은 좀 안 맞는 것 같으나 워낙 대중적이고 학교 선생님이 많이 의지하는 책이라 넣게 되었습니다. 정석 한 권으로 개념 이해가 충분하다면(독학으로 이렇게 해 낼 수 있는 분은 드문 것으로 압니다) 정석만 보셔도 좋고, 일반적인 분들은 바이블을 주로 보고 정석은 참고하시는 정도로 보시면 좋습니다.
표준적 문제집은 교과서 출판사와 관계없이 남들이 다 보는 문제집을 말하는 데, 쎈이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학교 선택 문제집은 학교 교과서의 출판사가 만든 문제집이나 교과 선생님이 택하신 문제집을 말합니다. 이런 책의 문제들은 대개 정석이나 쎈의 문제와 중복되는 것이겠지만 몇 문제는 독특한 것이 있으니 그를 단권화할 때 포함시켜야 합니다.
수능 기출 문제집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단원별 기출 문제집으로는 자이스토리를 많이 보니 그를 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EBS문제집으로는 10주 완성 시리즈를 보시고, 시간이 되시면 고득점 N제를 추가로 보시면 됩니다.
5종류의 책자를 중복없이 한 권으로 단권화하는 방법을 적어보겠습니다.
개념서로는 바이블+정석을 기준으로 합니다. 먼저 바이블과 정석의 공식 유도와 예제 내용을 주욱 읽어가면서 단권화 노트에 정리합니다. 이 때 한 권을 다 읽고서 다른 책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두 권을 다 펴놓고 소챕터별로 함께 보는 것이 이해하는데 좋습니다 (이렇게 책을 펼치려면 우선 책상이 넓어야 합니다) 한 번에 세 권까지 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쎈의 유형별 문제(B단계)에서 글로 설명하는 문제도 함께 정리하면 어떤 부분이 아리송한 부분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이블과 정석의 예제, 쎈의 설명형 문제까지 정리한 뒤 쎈의 유형별 문제를 읽어보면서 단권화 노트에 정리할 만한 좋은 문제를 고릅니다. 여기서는 틀릴만한 문제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유형문제와 어려운 문제(잡다한 계산이나 우연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모르던 개념을 담고 있는 문제)를 고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요령이 필요한 것입니다만 몇 번 하다보면 자신만의 요령이 생깁니다. 저는 우선 답지를 보아 '별도의 풀이'를 가진 문제는 당연히 첨가시키며 비슷한 유형이 여러 개 있는 경우에는 마지막 것만 포함시킵니다. 대표 유형 문제와 난이도 상급의 문제, 신유형 문제 등을 보면서 이 세 가지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능한 뒤쪽의 것을 택합니다. 대략 대표 유형, 상급 문제, 신유형(최고난도 등) 문제의 50%정도가 골라지게 됩니다. 그리고서 쎈의 C단계 문제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골라 봅니다. 여기서는 50-70%정도가 골라지며 B단계의 문제와 비슷한 유형이면서 더 힘든 문제가 나와 있으면, 쉬운 것은 지우고 힘든 것을 선택합니다.
다시 바이블의 연습문제, 정석의 연습문제에 대해서 문제 선택 작업을 합니다. 여기서도 대략 40%정도가 골라집니다. 정석에서 너무 어려운 문제는 단권화 노트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합니다.
노트에 정리할 때에는 문제와 풀이를 모두 적습니다. 깔끔히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내가 이해한 형태의 풀이'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이해 못 하는 풀이는 기록해도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풀이법이 있는 경우 그를 모두 적어 두고,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시간 효율상 좋은 것인지도 적어 놔야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풀이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문제를 풀 때는 모두 해설지를 참조해야 합니다. 즉 자신이 풀어낸 방법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시간 효율성도 확인해야 합니다 (대학 공부 때 확실히 느끼는 것인데, 해설지도 교과서의 일부입니다. 그만큼 자주 봐야 하는 것이고, 해설지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창의성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좌절감이 늘어나지요)
오답노트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단권화 노트는 핵심노트와 오답노트를 포함한 것이어서 별도로 만들필요는 없습니다. 오답노트는 단권화 노트를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틀렸던 문제만을 빠르게 보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원래 틀렸던 문제(어렵거나 아리송했던 문제)는 그 모두가 나의 개념 이해 부족이나 계산력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들은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것이어서 지저분한 문제만 아니라면 모두 단권화 노트에 정리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단권화 노트에는 일반적으로 중요한 사항 외에 자신만 잘 틀리는 부분까지 혼합되어 정리됩니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 정리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권화 노트와 오답노트를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처럼 책 3권을 한 권의 노트에 정리하면 그냥 문제집에 문제푸는 것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단권화는 복습과 큰 시험에 대비에서 엄청난 효율을 보입니다. 한 단원에 대해 노트를 만드는 데 20시간이 걸렸다면 2회차 공부시에는 10시간이면 되고 (이 때 불필요한 문제를 일부 제거합니다) 3회차 공부시에는 5시간이면 됩니다. 수학의 경우 어떤 시험이든 문제를 3번 반복해 풀어봐야 확실히 대비된 것이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반복적 공부를 예상하여 시간 계획을 짜야 합니다. 그리고 단권화는 단순히 시간만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풀이법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념서와 표준 문제집을 단권화해서 한 권의 노트로 만들면 이후의 복습 때는 수정 보완을 하게 됩니다.
2회차 공부 때에 단권화 내용을 다 공부한 뒤에 교과서나 익힘책의 문제, 학교 선택 문제집의 연습문제를 풀어봅니다. 이 때는 실력이 올랐기 때문에 괜찮은 문제만 골라서 풀고, 몇 개 문제만 단권화 노트에 추가합니다. 그리고 단권화 노트에서 중복되거나 더 좋은 문제를 찾은 경우 기존 내용은 제거합니다 (약 10%정도의 문제는 삭제될 것입니다). 입시 준비생이라면 2회 공부시에 바로 수능 기출과 EBS 교재를 보시면 됩니다.
3회차 공부 때에는 수능 관련 문제집을 봅니다. 수능 기출 문제집과 EBS 문제집을 보는 것입니다. 자이스토리와 EBS문제집 중 어느 것을 먼저 보느냐도 문제입니다만 사실 EBS문제집은 해마다 바뀌는 것이어서 중요도가 좀 떨어집니다. 저자의 일관성, 문제의 중요성(기출 관련성)을 감안하면 자이스토리 문제를 먼저 봐야 합니다. 자이스토리에서 쉬운 문제는 걸러내고 3점, 4점 문제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것과 어려운 것을 택하고서, 다시 EBS문제집의 어려운 문제 위주로 택해 봅니다. 이것을 다시 단권화 노트에 정리합니다. (그동안 바이블, 정석, 쎈을 두 번 푼 셈이므로 너무 어려운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면 풀이법을 충분히 익히지 않은 채로 단권화 했거나 공부한 지 오래되어 잊어버린 것입니다)
단권화 노트를 만드는 요령의 하나를 말씀드리면 책자를 살 때 가능한 문제지에 풀이가 나와 있는 교사용 책자(헌 책으로 많이 나와 있지요)를 사시면 문제지와 해설서를 각각 보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단권화 노트를 만들고 나면 한 단원에 약 70문제 정도가 남게 됩니다(중복된 부분의 삭제 후 기준) 대략 한 학기에 11개 단원이 있으며(쎈 기준) 수능 시험은 4개 학기(이과 기준: 수I 수II 적통 기벡)이므로 3천 문제 정도가 단권화 노트에 기록 됩니다. 이 노트를 수능 시험 1달 전에 한 번, 다시 1주 전에 한 번 공부할 수 있다면 '수학 때문에 좋은 대학 못 갔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까지 감안한다면 약 4000문제가 단권화 노트에 정리될 것입니다. 노트의 쪽수는 약 400-500쪽이 될 것입니다)
사실 이외에도 추가될 부분은 좀 더 있습니다. 시험보는 해의 평가원 모의고사, 서울시와 부산시 교육청 모의고사, EBS 고득점 N제 정도는 추가로 단권화 노트에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이것까지 단권화하여 복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 추가로 공부할 만한 교재(대학 수학용 책자)
단권화를 하다 보면 더 정리할 만한 책자를 찾고 싶다는 의욕도 생깁니다. 단순 반복형 공부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때 고교 수학에 대해 고난도 책자(과학고 고급수학 등)를 보려는 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바로 대학 미적분학을 공부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수시에서 수학을 어렵게 내는 경우 대학 수학 과정을 일부 포함한다고 들었고 (대학 교수님들이 내는 문제이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중요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과정 선이수제도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니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학 교재를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학은 상급과정을 배울수록 그보다 하위 과정의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이 자주 나옵니다(대학에서 배우실 때 복소적분을 배우면 '참 편리한 방법도 있구나' 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니 경시대회 대비 문제집처럼 일회성으로 버릴 내용보다는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 중 고교생으로서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을 미리 공부하시길 권합니다.
미리 공부할 만한 대학 수학으로는 미적분학, 공업수학, 통계학이 있고 필요한 장만 골라서 봐야 합니다.
미적분학 책자는 대학 1학년 수학 교재로 많이 쓰이며 수학과 외에는 거의 이 내용만 다룹니다.(통계학과나 전산학과에서는 이산수학 등의 특수한 것도 배우지만 이것은 특정학과에만 해당되는 것이니 생략하겠습니다). 경영 경제, 이공계 대학의 1학년 수학은 대부분 미분적분학이며 토마스(George B.Thomas) 책자나,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 책자를 많이 봅니다. 이 책들은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들고다닐만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500쪽이 넘는 두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설명 위주라 생각하시고 참고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둘 다 연습문제 해설서(솔루션)이 나와 있습니다) 옛날 책을 보나 새 책을 보나 내용은 비슷하니 헌 책을 사도 괜찮습니다.
미적분학 책에서 꼭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쌍곡선 함수와 극좌표, 중적분 입니다. 그리고 물리(특히 역학과 전자기학)를 좋아하신다면 벡터 미적분도 함께 보시면 좋겠지만 어려운 부분이니 나중에 공부하셔도 좋습니다.
위 내용을 공부하시고도 더 의욕이 불타신다면 응용수학의 결정판인 공업수학을 공부하시면 됩니다. 수학과 이외의 모든 학과 중 가장 수학을 고난도로 배우는 것이 공업수학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선형 미분방정식, 복소해석, 행렬해석, 벡터미적분 정도만 보시면 될 것입니다. 많이 보는 교재는 Eewin Kreyszig의 책이나 PETER V. O NEIL 책인데 저는 후자를 권합니다. 전자가 더 많은 사람이 보는 책이지만 설명이 좀 엉성한 것 같고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권에 담으려고 한 것 같아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에는 후자를 권합니다.
혹시 수리물리라는 책을 보려는 분이 있다면 공업수학과 비슷한 것이니 그냥 공업수학만 보십시오. 공업수학은 물리 중 수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공업적으로 응용되는 부분을 수학과에서 다루는 것이고, 수리 물리는 비슷한 내용을 물리과에서 다루는 것입니다. 수학적으로는 공업수학 책이 수리물리 책보다 더 정교하고 풍부합니다(수리 물리 책자를 보면 물리적인 감은 더 잘 느껴집니다)
공업수학을 공부하는 대신 통계학을 보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사실 과학, 공학의 이론연구 분야에서 일할 것이 아니라면, 수학 중에서는 결국 기본적인 미적분과 통계학만을 쓰게 됩니다. 통계학은 수학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통계학 중 수리 통계학이 제대로 된 이론서이지만 그는 어려우니 그냥 한국 대학생(특히 고시생)이 많이 보는 현대 통계학(박정식 저)을 보십시오. 상관관계와 회귀분석의 개념을 이해하는 위주로 보시면 좋을 것이고, 여기서 행렬 계산법의 위력을 느끼게 됩니다 (전체 경제 현상을 행렬 하나로 통합해서 보여주는 계산법이 가능합니다)
대학 수학을 미리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교 수학을 빠진 부분 없이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 흥분하여 특정 과목을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대개 형법에서 그런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의 공부는 그 결과가 좋지 않으니 괜히 자랑삼아 대학 수학 공부하겠다고 나서기보다 수학 외 다른 과목의 공부를 균형있게 공부하는 데 시간을 쓰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대학 수학을 강의하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때에는 서울대입구 전철역에 공업수학을 가르치던 곳이 있었는데 당시는 대학원 입시용으로 가르쳤지요. 지금은 웹사이트에도 몇 군데 가르치는 것 같고 제가 눈여겨 보았던 것은 큐스터디라는 곳입니다(웹사이트 광고는 아닙니다. 능력되시는 분은 유투브에 가면 MIT강좌도 올라와 있다고 하니 그를 보십시오). 한 분이 거의 수학과의 학부 과목을 다 가르치시더군요. 그 분을 보고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분의 수업이 지루하다는 댓글 평이 있있는데 그에 대해 답글로 ‘대학에서 저 분만큼 찬찬히 가르치는 분 드뭅니다. 고등학교 때는 교사가 가르치지만 대학 때는 교수가 가르치시죠. 뭔 말 하는지 이해되는 경우가 드물 정도입니다’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요즘에는 대학교 과목을 고교 때처럼 찬찬히 가르쳐 주시는 분도 있고 그것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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