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엄마, 캣맘이 돼보실래요?
쓰레기 뒤진다고 탓하기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먹이주기
포획이나 안락사 대신
중성화 수술로 개체 수 조절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하고
지나친 접촉은 피할 것
세무·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효선(30)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고층 빌딩 숲 아래에서 길고양이를 돌본다. 저녁 6시는 이씨가 길고양이 두 마리에게 밥 주는 시간이다. 지난 30일 퇴근 전에도 이씨는 주차장 구석에 내려갔다.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위생수건으로 접시를 닦은 뒤 사료를 올려놓았다.
나래가 슬금슬금 다가와 이씨의 팔에 몸을 비볐다. 애착의 표시다.
이씨가 길고양이를 만난 건 2010년이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이씨의 눈에 1층 주차장을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들어왔다. 가끔씩 고양이 사료를 주어 보았다. 그해 초여름 처음 만난 고양이가 사라지고 암컷 나래와 수컷 나옹이가 들어왔다.(이름은 그가 지었다) 가을에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실시하는 중성화(불임) 수술도 시켰다. 고양이와 약속을 정해 만나는 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렸고, 고양이를 만질 수 있을 때까지는 1년이 걸렸다.
나래가 새끼를 낳은 것도 지켜봤다. 한 마리는 경비 아저씨가 데려갔고, 한 마리는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려 죽었다. 다른 한 마리의 기억은 아직도 선연하다. "지난해 12월 출근했는데 새끼가 없었죠. 주말에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회사 앞 대로변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고대 이집트 고양이가 인간에게 길들여진 때부터, 고양이는 한번도 인간의 소유가 오롯이 된 적이 없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독립적이었고, 틈나는 대로 가출했다. 인간들에게 버려진 고양이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길고양이로서 정체성을 갖게 됐으며,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됐다. 하지만 중세시대 마녀의 동반자로 간주돼 화형을 당하고 '고양이 음악회'(상자 안에 고양이 10~12마리를 넣고 꼬리를 잡아당겨 소리를 내는 놀이)에서 조롱되는 등 단골 학대 대상이 된 것도 고양이다. 매년 봄 발정기 때마다 내는 울음소리 그리고 쓰레기를 헤집는 집요함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도 고양이는 종종 도시의 마녀사냥감으로 몰린다. 지난달 초 서울시 성수동의 한 주택가에서는 길고양이를 잡기 위해 쥐덫을 놓아 논란이 됐고, 지난해에는 고양이를 고층 아파트 창밖으로 내던진 사건도 있었다.
길고양이는 없앨래야 없앨 수 없다. 엄격하게 영역을 짓고 사는 고양이의 특성상 한 지역의 고양이를 없애면 다른 지역의 고양이가 번식해 들어온다. 고양이는 연간 두세 차례 임신이 가능하고 한 번에 서너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 때문에 길고양이를 잡아다(Trap)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킨 뒤 제자리에 방사하는(Return) TNR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어차피 길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다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며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인간과 동물의 타협책인 셈이다.
TNR는 2002년 경기도 과천시가 도입한 이후 최근 들어 서울·부산시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용역업체에 맡긴 뒤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TNR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크고 작은 논란이 빚어진다. 임신 중인 개체나 새끼를 잡아다 수술을 시키거나 원래 고양이가 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방사해 도시 생태계를 교란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용역업체는 실적을 과장해 제출하기도 한다고 동물보호단체는 주장한다.
캣맘(고양이엄마)은 이런 길고양이의 관리자이자 보호자다. 이씨 같은 캣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2005년 생긴 최대 조직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선 1000여명이 자비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방사해 먹이를 준다. 회원에 가입하면 협력병원을 통해 10만~4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용을 3만원으로 절약할 수 있다. 매달 내는 회비(어른 1만원, 청소년 3000원)로는 회원들이 관리하는 길고양이가 다쳤을 때 치료비로 쓴다.
고양시캣맘협의회는 지난해부터 고양시와 TNR를 공동 운영한다. 고양시가 수술비와 포획비를 대고, 포획과 방사·사후 관리는 캣맘들이 주도한다. 서주연(50) 회장은 "보호자가 있는 유기고양이인데도 엉뚱하게 포획되기도 하고, 길고양이가 유기고양이로 분류돼 동물보호소로 갔다 안락사되기도 한다"며 "캣맘들이 TNR를 엄격히 관리하고 민원인들을 설득함으로써 부작용이 줄었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한해 1000~1200마리를 하던 TNR 개체 수가 지난해 228마리, 올해 180마리(4월 현재)로 줄었다"며 "새끼 등 마구잡이로 길고양이를 잡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캣맘협의회의 회원은 176명. 이 중 70% 정도가 밥을 주는데, 한 회원이 5마리에게 밥을 준다고 했을 때, 적어도 600여마리가 캣맘들의 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 회장은 "조용히 고양이를 돌보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많다"며 "고양시에만 캣맘이 400~500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고양시의 길고양이는 인간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캣맘이 되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무책임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 기분 내키는 대로 먹이를 주면 고양이가 혼란에 빠진다. 지나친 접촉은 독립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길고양이가 길에서 사는 존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fandg@hani.co.kr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디가 나을까요
-
이쪽으로 돈이 모인다 가즈아~~~~
-
음전했네 얼마가 날아간거야 이럴때 물타야지
-
둘 중에 어디가 더 나아요?
-
한국이라 가정하고 공구매장vs 고속버스 터미널
-
에이 설마
-
폭탄들고 관련기관 찾아감 다같이 죽어보자고ㅋㅋ
-
모 대학(대학1)에 추합으로 붙었는데, 추합을 기다리는 대학(대학2) 하나 더...
-
정가 2.4+1.5 짜리를 3만원에 사기 정가 2.0+2.4+3.n을 6만원에 사기...
-
휴학 승인된 상태인가요? 아니면 아직 휴학 처리 안된건가요?
-
올해 수능 14221이라 경희대 써볼만한 성적 나왔는데 경희대 가서 무휴반 해서...
-
"윤석열표 의대 증원 원천무효…내년 신입생 3058명 돼야"
-
소신발언 1
사탐메디컬(한의대제외) -> 심각하게 짜침
-
희망회로 가능? 2
-
생강맛 과자랑 고구마 맛 자매품으로 조청유과 맛동산 도좋아함
-
https://da.gd/ytn
-
현재 참여율이 너무 낮아서 문상받을 확률 높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가군이고 소수과입니다 갈수록 칸수 떨어진다는데 6칸이면 희망 있나요ㅜㅜ
-
ㅊㅊ점
-
탐구망 핵물변표 기원
-
동일과 기준으로봐도…..고대보다 표본수가 한참밀림 진짜 반영비이슈가 이렇게 큰가
-
얼버기 4
-
그립습니다 goat
-
고급 물리학 원래 물1 들은 고3이 들을 수 있는게 아니었나요? 신청 대상이 2,...
-
있나요
-
내신으로 화생했는데 화학 등급은 나쁘지않았는데 수능을 이걸로 보는 건 좀 무리...
-
30모집에 1차 18일발표 14명 이거 왜 많이 안도는 느낌 이지 혹시 작년에는 어땠나요???
-
시험이 끝나도 종강이 아니구나 ㅠㅠ... 이놈의 팀플은 사람을 힘들게 만드네요 에휴
-
어카노시잘
-
성균관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성대25][과외, 알바가 처음인가요?]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성균관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성균관대학생,...
-
계열제는 잘 모르겠는데 학과제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약 12명 정도 되는 조를...
-
컨설팅 받는다고 뭐 나쁠 건 없으니깐 하는 게 좋을라나? 학종러분들 도움좀 ㅠ
-
전 세계 기축통화 달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금을 냅두고 휴전중인 변방 동아시아...
-
한양대 정치외교 0
한양대 정치외교 예비3번인데 1차추합됐거든요 근데 고대 붙어서 안가려고요 저보다...
-
강북쪽에 사는데 기숙사 무조건 가야함?
-
저번에 예비 1번 글쓴 학생인데요 합격했습니다!! ㅠㅜ 작년 재작년 추합 없길래...
-
거진 4년만에 오는데 이제 예전의 한적한 평지는 더 이상 없네
-
예비1번 2
최초합 발표때 예비1번 이였는데 1차추합때도 예비1번이면 불합격한건가요? ㅠㅜ...
-
https://da.gd/ytn
-
ㅈㄱㄴ
-
시대 부엉이 2
밥먹으러 나갈때 폰 챙겨갈수잇나여
-
궁금합니다
-
환율 1450원 ㄷㄷ
-
와 나 눈알굴리기 ㅈㄴ 못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책이 저 위에 있었음 진짜 너무하네
-
한양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한양대25] [다중전공 강력 추천!]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한양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한양대학생, 한양대...
-
7명 뽑는 소수과예요 지금 5칸이면 희망없는건가요 ㅠㅍ
-
희망과는 화학관련학과 입니다. 최선은 화공이지만 화학과도 상관없습니다.. 어디쯤...
-
궁금하네요.. 과는 중대 전자공학과 입니다. 참 서강대는 올해도 만점만 붙나...
-
컷 일반에 비해 좀 널널하던데
귀엽
캣맘이 이쁘다
고양이 진짜 짜증남.... 우리집 마당에도 자꾸 들어오는데 아오
고양이 못들어오게 할려면 어떡해야함? 애가 와서 쓰레기봉투 헤집고
장난감 총으로 맞추고 위협해도 계속오는데 ㅋ
님 총으로 쏴서 맞추고 싶네요 ㅋㅋ
님은 바퀴 모기 그리마 진드기 파리 쥐 다 좋아하시나 봐요
나라사랑님 혹시나 제 댓글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근데 고양이가 비비탄 총으로 맞는 게 좀 불쌍하다고 느껴져서요
혹시 제가 한 농담이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행요~~~
봉투를 관리하는수밖에 없지요 ㅠㅠ 이미 고양이의 천국 그곳은... 먹을거없게하면 안들어와요 ㅋㅋ 거기와서 자는지경까지만 안왔으면요
나라사랑님 혹시나 제 댓글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근데 고양이가 비비탄 총으로 맞는 게 좀 불쌍하다고 느껴져서요
혹시 제가 한 농담이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행요~~~
짜증이 날 수 있는건 이해하지만
장난감 총?
이건 미친짓 같은데요.
고층 아파트에서 집어 던지는것도 동물학대지만
장난감 총으로 맞추는거? 이거도 동물 학대인데
자랑거리인가요? 이런데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적을정도로
개념이 아주 드럽네요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