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맛사탕 [235797] · MS 2008 · 쪽지

2012-11-21 2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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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문학 지문 하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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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 6월 평가원 기출입니다.

위기지학 :

자기 자신의 본질을 밝히기 위한 학문이라는 뜻의 유학 용어.


위기지학이란 이른바 15세기의 초기 사림과 기묘 사림이 소학의 학습과 실천을 강조하면서 내세운 공부 태도를 가리킨다.
원래 이 말은 위인지학과 함께 논어의 '헌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에 공부하던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공부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남을 위해 공부한다." , 즉 공자는 공부하는사람의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가지고 학자를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음을 지적했던 것이다. 북송 대의 유학자인 정이는 다음과 같이 이 말의 의미를 부연했다. "위기란 자아의 성숙을 추구하는 것이고, 위인이랑 남들로부터의 인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했으나, 결국은 세상을 개선하는 일에 이바지했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공부하지만, 그 귀결은 자아의 상실일 뿐이다."

조선 초기의 유학자들 중 이런 위기적 태도를 견지했던 사람들은 '길재-김숙자-김종직-김굉필'로 이어지는 초기 사림이었다. 성종 대부터는 소학을 진지한 태도로 실천하려고 한 사람들은 소학계라는 일종의 이념 서클을 만들어 자신들의 신념을 사대부 사회에 전파하려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성리학을 관통하는 정신은 바로 위기에 있으며 그것이 올바른 노선이라는 확신은 다음 세대인'김제, 조광조. 박훈'등 기묘 사림에 이르러 더욱 또렷하게 표명되고 확산되었으며, 다시 명종·선조대의 사림들로 이어졌다.

세 번쨰 세대에 속하는 이황에게서 비로소 위기지학에 대한 흔들림없는 확신을 전하는 분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위기지학이란, 우리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바가 도리이며 우리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덕행이라고 믿고 가까운 데서부터 착수해 나가되 자신의 이해[심득]를 통해서 몸소 실천하는 것[궁행]을 목표로 삼는공부이다. 위인지학이란, 심득과 궁행에 힘쓰는 대신 내면의 공허함을 감추고 관심을 바깥으로 돌려 지위와 명성을 취하는 공부이다."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의 차이는 공부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있다기보다 공부를 하는 사람의 일차적 관심과 태도가 자신을 내면적으로 성숙싴는 데 있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 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문의 목적이 외재적 가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재적 가치에 의해서 정당화된다는 사고 방식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 방식의 출현은 당시 사대부들의 현시럭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다시 말해 사대부로 하여금 치자층의 일원으로서 출사를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 외에 학문과 교육에 종사하면서도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의를 주장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학자 또는 교육자로서의 삶의 방식이 관료 또는 정치가로서의 삶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데 괴었다. 그리고 위기지학의 출현은 종래 과거제에 종속되어 있던 교육에 독자성을 부여했다는 점, 또 해석하고 외우는 공부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웠던 경학이 교육의 힘을 가진 진정한 학문으로 승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 받아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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