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말.
힘든 시기입니다.
많은 말들이 오가고, 또 그 많은 말들이 다 모조리 들리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올해 내내 힘든 시기를 잘 겪어 왔고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아래는 제 조교분들 중 한 분에게 받았던 원고인데,
아시다시피 올해 서울대의대 합격하여 현재 재학하고 있는 학생의 수험후기입니다.
저 친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입시에 성공했던 학생들을 보면
마지막까지 여느때처럼 공부하고
"내가 공부 양이 부족해서 수능을 못 치는 일은 절대 없다."
라는 말을 항상 하더라고요.
저에게 기억나는 학생들 몇몇이 있는데, 그 학생들이 꼭 수능 전날에 저런 말을 했거든요.
"선생님, 저는 정말 이번에 어떤 성적이 나와도 인정할 수 있어요.
이 이상으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열심히 했거든요.
정말 내년에도 이 정도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요.
4일이면,
국어 기준으로는 EBS 주요 작품들 수특부터 수완까지
한 번씩 훑을 수 있는 시간이고
기출로도 올해 6, 9, 작년 수능까지 하루 한 회씩 더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이고요.
그 두꺼운 문법의 끝도 2일만에 끝냈던 학생들도 있으니,
문법 개념들 정리하는 것도 가능한 시간입니다.
그러니 잘 마무리 하시고,
모두들 좋은 소식 가득했으면 합니다.
저는 예열지문들이나 따로 수능 팁들을 직전에는 드리지 않는 편인데,
그건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본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장 잘 알고 계실테니
시험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마지막으로 확인 정도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트레칭도 매일 열심히 하다가도 며칠 쉬게 되면
몸이 잘 안 풀리는 것처럼,
4일이어도 마냥 눈으로만 정리하는 것은
막상 모의고사 한 회차를 다 풀어내는 감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서
되도록 남은 기간동안은
기출 모의고사를 뽑아서 다시 시간재며 문제 풀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답을 다 외우고 있다 하더라도요.
그렇게 자신감과 현장감 모두 가져가시는 게 좋을 거에요.
지금껏 잘 해 왔으니,
시험장에서는 더 잘 해낼 겁니다.
너무 걱정말고, 건강 잘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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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6월, 8월, 대수능 국어 원점수 각각 97, 97, 98(백분위 모두 100)
광역자사고 내신 1등 졸업, 5학기 내신 전과목 1.02
국어, 수학 표준점수 + 탐구 백분위 기준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이과 전국 18등(0.01%),
수능 이과 전국 163등(0.11%)
서울대학교 의예과 20학번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 재학 중인
학생의 수험생활수기입니다.
얼마나 쉬어야 하는가?
돌이켜 보면 작년의 나는 하루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컨디션 관리 목적으로 일주일 중에 하루를 쉰다거나 하는 건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 이유는 첫째, 나는 고3 재학생이었기 때문에
N수생에 비해 평일에 공부를 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쉴 이유가 없었고
둘째, 의도적으로 공부 시간을 줄여서 쉬어도 될 만큼 실력이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서 수업 시간에는 필요한 수업을 듣거나 자습하고,
저녁 먹고 난 이후에는 매일 심야 자습 끝까지 학교에서 공부했다.
주말에도 아침 8시쯤 학교에 나와서 중간에 학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위 아저씨가 자습실에 들어와서 정리하라고 할 때까지 학교 자습실에 남아 있었다.
스스로 예외를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한번 예외를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예외가 일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수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름에 몇 주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에 있는 면접 대비 학원에 다녔다.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하루에 많은 수업을 잡아 놓았고,
그 결과 아침에 출발해서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는 일정을 매주 반복했다.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
수능 공부 양이 줄어든다는 불안이 앞섰다.
특히 6월 모의평가와 7월 학력평가에서 내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여기서 페이스를 늦추면
내 목표만큼 성적을 절대 끌어올릴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려서 목이 나갔지만,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채 자습실에서 문제를 풀었다.
몸 상태는 최악이었지만,
내가 지금 공부를 안 해서 미래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9월 모의평가를 잘 봤다.
만약 수능이었다면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정시로 넉넉하게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결과적으로 실패를 한다면,
9평 잘 치고 망한 수많은 학생들 중 하나로 남겠구나.
난 그게 너무 싫었다.
실패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동정과 조소의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나는 실패자로 평가받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했다.
오직 이 두려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벗어나는 방법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서
결국 내가 실패하지 않았음을 세상에 보이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수험 생활 동안 나를 움직이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똑같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10월에 연세대학교 의예과 면접형 1차 발표가 있었다.
1차 서류 탈락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2년 반 동안의 학교 생활 전체가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내 서류가 그렇게 형편없나?
여기서 떨어졌는데 다른 대학에서도 안 떨어진다는 보장이 있나?
온갖 불안이 의식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수능이 한 달 남았고, 나는 그 수능을 쳐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다.
슬퍼할 틈도 없이, 평소대로 공부하려 했다.
거의 끝까지 왔는데, 여기서 내가 흔들린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11월이 되었다.
수능 직전 마지막 주말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보냈다.
화요일까지 학교에서 평소처럼 공부하고,
수요일에는 짐을 챙기고 집에 와서 남은 공부를 하다가 밤 11시쯤 침대에 누웠다.
내가 공부 양이 부족해서 수능을 못 치는 일은 절대 없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수능을 치러 집을 나섰다.
내 작년 수험생활의 후반기를 요약한 것이다.
여름에 정말 많이 지칠 거라는 걸 안다.
이쯤 했으면 조금 쉬어도 된다는 강한 유혹이 들 수도 있다.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는 심정
나도 많이 느껴봤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항상 수능 전날 잠들기 전의 나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원망하지 않을지.
공부 좀 더 할걸 하고 후회하지 않을지.
스스로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해야 한다.
(특히 현역은 휴식에 대해서 더 인색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공부 양에 대해 자기 객관화를 제대로 해야 한다.
평일에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한다면 주말에 쉴 이유가 없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들 하는 만큼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대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 멋진 목표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그리고 자신이 그걸 얼마나 갈망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것이 젊음의 한 조각을 불태워,
모든 노력을 걸어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도전하라.
잘 해낼 거에요.
후회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내봅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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