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선생 [342667] · MS 2010 · 쪽지

2013-01-27 12: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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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돌지만 다른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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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 영어인강강사 상변선생입니다. 

평면위에 있는 원을 따라서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한 바퀴 돌면 제자리에 와 있습니다. 시작점과 도착점이 같죠. 하지만 공부는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한 바퀴 돌아서 도착점에 도착했을 때는 도착점이 시작점과 다른 곳에 있어야 합니다. 이건 2차원 평면으로는 불가능하고, 3차원 입체에서 가능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선계단을 돌아서 올라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위에서 바라보면 평면위의 원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같습니다. 나선계단을 계속해서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계속해서 위에서 봤을 때는 계속 같은 원을 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다릅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위로 상승을 하고 있죠. 공부는 이와 같아야 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과목이 영어니깐 영어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한 학생이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 제대로 된 영어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본다고 가정합시다. 시간에 쫓기면서 지문을 읽어나갈 것입니다.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눈으로 단어들을 읽어가면서 이 지문의 의미가 무엇일까 소설이든 추론이든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성적은 좋을 리 없습니다. 이 상태가 영어공부에 있어서 출발점입니다. 

이런 상태로 가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음을 알고서 이 학생이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개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열심히 개념을 익히기 시작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영어에서 개념이라면 어휘와 구문이 핵심 개념이겠죠? 이 학생이 구문 공부를 하면서 문장들을 문장성분으로 나누고 문장성분에 맞춰서 해석을 하고, 긴 문장성분이 있다면 길어진 이유도 꼬박 꼬박 분석을 해서 정확하게 해석하는 연습을 했다고 합시다.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해석이 잘 됩니다. 소설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가 문장 그대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 학생이 또 한번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영어 지문을 읽어봐야 안된다는 것을 알고 문장 하나 하나를 분석하면서 정확하게 해석을 해봅니다. 역시 예전보다 해석이 잘 됩니다. 그래서 해석한 것은 거의 다 정답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40번 문제를 풀고 시험 종이 울렸습니다. 성적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습니다. 

이 학생이 또 한 번의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다 푸는 것을 목표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정신없이 개념을 배우기 이전의 상태에서 했던 것처럼 단어들을 빠르게 눈 안에 집어 넣으면서 문장들을 이해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간신히 시험 종이 울리기 전에 시험을 끝마쳤습니다. 그리고나서 답을 맞춰 봤더니 성적은 예전에 비해서 5점 올랐습니다. 이 성적으로는 영어 개념 공부를 했다는 말도 꺼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 학생이 지금까지 했던 것은 나선 계단을 올라가다가 다시 원점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공부란 것이 계속 올라가야 하는 일인데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왔죠. 예전과 달라지는 점은 거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개념을 공부하면 반드시 이런 두 상황 중에 하나에 직면할 것입니다. 개념을 적용하자니 시간이 많이 들고, 예전처럼 하자니 개념 적용이 안되죠.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아까 학생이 개념을 공부한 것은 의시적인 수준에서의 공부였습니다. 배운 것을 일부러 상기하면 배운 것이 적용되는 수준이지요. 하나 하나 머리 안에 들어간 정보를 조합해서 문장들을 읽어 나가면 예전처럼 소설을 쓰지는 않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속도를 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개념이 적용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면 개념 공부한 의미가 없죠. 공부가 제대로 되려면 개념을 공부하고 나서 엄청난 반복이 있어야 합니다. 엄청난 반복과정 속에서 의식적으로 이해되던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수영을 배워본 사람은 알고 있죠. 발차기를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무릎을 절대로 구부리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키판을 잡고 호흡에 신경을 쓰다보면 무릎은 다시 구부러져 버립니다. 선생님이 구부러진다리를 잡아서 쫙 펴서 물장구를 치게 합니다. 그러면 그 순간 아차 싶죠. 호흡에 신경쓰다가 발차기를 예전처럼 했다는 것이 인식되죠. 그래서 다시 무릎을 펴고 발차기 하는 것에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이게 저절로 펴질 때 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반복이 요구됩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는 수 개월이란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실력은 이렇게 의식수준이 아니라 무의식 수준으로 개념이 전이되어야만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아까 말했던 그 학생이 이 말을 듣고 개념 공부한 내용을 열심히 반복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또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꿈에서도 개념이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수업시간에 보는 영어 문장에서 개념을 찾는 일은 너무 쉬우졌고,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의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개념을 떠올리려고 노력을 하지도 않았고 그냥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어 나갔습니다. 쭉 쭉 읽어 나가면서 문장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소설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찾아 왔지만 자신이 올바르게 공부했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의미가 잘 와닿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파악이 되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점수를 맞췄습니다. 점수를 보면서 자신이 먼저 놀랐습니다. 자신의 생애 첫 최고 점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영어 공부를 하기 전 처럼 시험에서 빠르게 지문을 읽어갔습니다. 출발점에 있었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문제를 풀어나간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나선계단의 위에서 바라봤을 때는 평면의 원 위를 한 바퀴 돈 것 같았지만 나선 계단의 옆에서 바라봤을 때는 엄청난 높이까지 올라간 상태였습니다. 이 학생은 한 바퀴를 돈게 아니라 10바퀴를 돌았던 것입니다. 

공부는 이와 같아야 합니다. 한 바퀴를 돌지만 다른 곳에 있어야 제대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제가 쓴 이 글이 제대로 이해되고 실천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강의를 들은 것보다 더 빠르게 성적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의식수준의 개념을 무의식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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