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교사 [1009720]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6-22 16: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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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가 분석하는 6월 국어의 특이점과 앞으로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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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강교사입니다.


기말고사 출제기간이 겹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본업이 따로 있다보니 정기적인 칼럼 연재가 힘들어지고 있어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먼저, 이번 6월 시험에 대한 총평을 해볼까 합니다. 시험이 끝난지가 오래되어 다른 강사분들이 이미 많이들 분석해놓으셨긴 합니다만.. 저만의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공교육의 관점에서 보는 6월 시험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육과정 개편 이후 첫 공식 평가이므로 과연 교육과정 개편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6월 시험 패치노트를 영역별로 다뤄보도록 하죠. 


개편 이후 평가원에서 출제한 첫 시험이니만큼 어느 정도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에 걸맞게 꽤 흥미로운 부분들이 들어왔습니다.


먼저, 독서 영역입니다.


1. 독서 영역


1) 독서 방법론 (1~3)


새로운 지문이 등장했습니다. 독서 방법론에 관한 지문인데요, 사실 새롭다기보다는 2015학년도 이전에 출제되다가 어느 순간 폐기된 지문입니다. 당시에는 독서 방법론에 대한 지문의 난이도 매우 쉬웠기 때문에 사실 학습자들이 견제해야 할 대상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만에 새로 돌아온 이 짧은 지문은 학습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해석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그 성격이 대표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진로탐색과 독서의 비중이 교과 내에서 높아졌는데, 독서 교과의 방법론에 대한 지문을 출제하는 것으로 새 교육과정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독서 교육의 비중을 유의미하게 늘렸습니다. 아마 그 영향일 것으로 보입니다.


새 지문이 난이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낯설음이 주는 패닉이 학습자 여러분을 힘들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방법론에 댛나 공부를 따로 할 필요는 없지만 과거에 출제됐던 독서 방법론 기출 문제를 몇번 풀어보면 낯설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기존 15학년도 이전 독서 지문에 비하면 만만치 않은 난이도이기는 합니다.


2) 인문 (4~9)


이젠 고착화된 유형인 두 지문 엮어읽기입니다. 두 지문 엮어읽기가 나오는 이유는 다음으로 추측됩니다. 인문 지문이 타 분야보다 일반적으로는 낮은 난이도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의 난이도 격차 해소를 노리는 것입니다. 혹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춘 독서 영역의 상호텍스트성을 가진 글읽기에 대한 반영입니다. 4번 문제같은 경우는 독서 교과서의 개념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느낌입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이만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문제였습니다.


(가) 지문은 정말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그에 비해 (나)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습니다. 지문의 난이도가 꽤나 높았던 것에 비해 문제가 상대적으로 쉬워 지문 이해에 긴 시간을 들였던 학습자라면 엄청난 손해를 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밖의 특이사항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3) 사회 (10~13)


짧고, 그나마 쉬웠습니다. 이번 6월 시험은 어느 한 지문도 만만한 지문이 없었다는 점을 특이사항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사회 지문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시험과는 큰 관계는 없지만 지문의 문체가 변했습니다. '베카리아는 말한다. 상이한 피해를 일으키는 두 범죄에 동일한 형벌을 적용한다면 더 무거운 죄에 대한 억지력이 상실되지 않겠는가.'라는 문장을 보고 크게 느꼈습니다. 일반적인 설명문의 성격을 약간 벗어난 지문인데, 학술지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혹은 출제자가 임의로 편집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문체를 보여줬다는 점이 다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4) 과학 (14~17)


지문의 난이도는 어마어마하게 어려웠습니다. 저도 풀어내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문제의 난이도 체감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봤던 과학 지문 중에서 손에 꼽힐 수준으로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제가 과학 지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긴 합니다만, 이 지문은 특히나 난해했습니다.


전반적인 독서 영역의 출제 양상은 고난도 지문과 평이한 문제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면서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독해를 하는 학습자들에게는 극악의 난이도로 생각되었을 것 같습니다. 


2. 문학


1) 현대소설 (18~21)


<무사와 악사>입니다. 지문 난이도도 만만치 않았고 문제 역시도 마냥 쉬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고난도 지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보기> 문제가 조금 특이했는데, 이는 다른 문학 지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기>에 관한 이야기는 밑에서 다루겠습니다.


2) 고전시가, 고전수필(22~27)

 

연시조 출제는 사실상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특히 EBS 연계인 <율리유곡>은 아마 학습자 여러분이 6월 시험 전에 이미 대부분은 학습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고전시가는 출제될 수 있는 갈래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가사와 연시조는 언제나 출제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으며, 지금까지 가사 갈래의 너무 많이 출제되었다는 점과, 22수능 예비시행, 3, 4월 시험에서 모두 시조가 출제된 양상을 살펴보면 이번에도 연시조가 출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시조가 3, 4월 시험처럼 독서 지문과 융합되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과거의 유형으로 돌아간 모습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한시를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중등학교 교육 현장은 한문시가보다 국문시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에 한시가 들어올 자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가 출제되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한시는 학습자 여러분에게 견제의 대상은 아닙니다. 처음보는 한시가 나오더라도 현대어로 친절하게 풀이해서 나오기 때문에 현대시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시 출제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젠 더 이상 시조, 가사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가장 관심이 적은 한시까지 출제된 마당에 고려속요와 향가가 출제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를 보여준 것이죠. 다행인 것은 고려속요와 향가의 작품군이 적어 여러분의 학습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EBS에 수록된 고려속요와 향가 작품군은 필히 학습해놓으셔야 합니다. 향가는 특히 학습을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모죽지랑가>와 같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고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출제의 모든 과정에는 그에 맞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출제진이 현대어로 내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고전시가는 현대어로 바꾸는 순간 난이도가 폭락합니다. 고3 수준에서 현대어로 고전시가를 제시했다는 것은 문학 영역을 쉽게 만들어야만 했던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독서에서 지른 불을 적절하게 꺼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문제의 난이도도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습니다.


고소설과 현대시에서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3) 문학 공통, <보기>



위에서 언급했던 문학 지문들의 <보기> 문제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출제되었던 <보기> 문제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그것도 이번 시험 문학 4지문 전체에 걸쳐서 말이죠. 기존의 <보기> 문제는 출제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에 맞춰, 혹은 <보기>의 관점에 따른 표현론적 해석, 반영론적 해석을 묻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에 출제된 <보기> 문제의 특이점은 작품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문학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1번 문제 <무사와 악사> 보기는 문학 이론이라기보다는 심리학 이론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에 맞춰 심리학적 관점에 따라 인물을 분석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1번 문제만 떼어놓고 보면 이게 정말 문학 문제인가? 싶은 느낌이 들죠.


27번 문제의 <보기>는 문학 작품 속 공간의 형상화 방식에 대한 문학 이론입니다. 역시 작품의 정보가 아니라 문학 이론을 제공하고 그 이론에 맞게 작품을 감상해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31번 문제의 <보기>는 시간 표지에 관한 문학 이론 내용입니다. 역시 이론에 맞춰 문학을 감상해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34번 문제는 그나마 기존의 양식과 비슷합니다.


문학에서 <보기> 문제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문학 이론은 문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의식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띠는데, 문학 이론을 제시하는 것 역시 그것의 하나라고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3. 언어와 매체, 그리고 과목 선택에 대한 논의


1) 언어와 매체


생각보다 문법이 쉽게 나왔습니다. 문제 유형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국어사 영역이 출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중세국어라고 하는 영역인데, 평가원 시험에서 출제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입니다. 이는 2) 과목 선택 파트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체는 어렵지는 않았습니다만 시간을 꽤 잡아먹게 했습니다. 44번 문제처럼 문법과 어느 정도 연결되도록 출제한 점도 깨알같이 포착됩니다.


2) 과목 선택에 대한 논의


이번 언어와 매체는 선택 과목에 대한 평가원의 생각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 같습니다. 앞선 교육청 시험과 비교하였을 때, 문법의 난이도가 쉬워졌습니다. 출제진이 3, 4월 시험 결과를 지켜보면서 화작과 언매의 표점 차이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표점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존의 '상위권은 언매, 중위권 이하는 화작'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언매의 난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택과목의 취지는 자신의 진로 적성과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인데 오로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선택에 영향을 미치니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느낄 법도 합니다. 그래서 문법을 쉽게, 그렇다고 해서 시간상의 압도적인 이득은 없도록 매체를 복잡하게 내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선택과목간의 평준화를 위함이죠. 그 과정에서 국어사 출제가 배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국어사 문제가 그동안 정말 변별력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요. 


6월에서 보인 평가원의 선택과목에 대한 입장은 쭉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택과목이 대학에서 유불리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히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 자체가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이며 그 과정에서 탄생한게 고교 학점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중위권 이하의 학습자 여러분도 언매에 눈을 돌려볼 만합니다. 아무리 평준화를 하려고 한들 어차피 언매가 표점이 더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슷한 난이도에 더 높은 표점인 언매가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소위 '꿀과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언매가 쉬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더라도 학습량이 필요한 과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학습에 여유가 없다면 굳이 언매를 선택해서 학습 부담을 늘릴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4. 결론


지금까지 6월 모의고사 국어 영역에 대해 개정 교육과정 첫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각 영역별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독서 영역에 대한 비중 확대, 문체의 변화, 문학 이론의 <보기>화, 언매의 난이도 하락 등 새로운 교육과정을 의식하는 양상이 눈에 띠었습니다. 학습자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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