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 한 편
읽고 가셔용
물의 철학자 - 함성호
떠든 말마도 오류고
설계한 집마다 비가 새나
다 어기고
단 한 말씀을 어기지 않은 죄로
청개구리가 울고
비만 오면 내 전화기는 울어댄다
(능소화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로부터)
비가 샌다고
물이 찬다고
나는 무엇을 어기지 않은 것일까?
말씀의 하자보수기간이 영원하다면
말씀의 건축은 영원히 보수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물의 욕망을 다 들여다보았다,
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다,
고 할 수는 없다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에서
나는 당황하고 있을 뿐이다
농부는 물의 정치가다
때맞춰 가두고
때맞춰 보낼 줄 안다
나는 물의 철학자다
전전긍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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