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dy.hyun [505989] · 쪽지

2014-10-26 15:46:52
조회수 20,265

수능에 가까워 남기는 뻘글 (재수하면서 느낀 것) + 의지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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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수능이네요.

작년 이맘 때 무얼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
기억이 나는 건, 그래도 나는 꽤 공부하던 놈이었던 것.
아니, 사실은 공부밖에 할 줄 아는게 없었다는 것ㅋㅋ...
하지만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이 너무도 많아, 모평과는 다르게 수능 점수가 추락했다는 것.
육사에 붙었지만 원하던 길이 아니었던 점. 자퇴 후 부모님과 크게 싸우기도 하고..
힘들게 힘들게 재수를 시작했다는 것.
남들은 알바하고 제2의 삶을 시작할 때, 나는 힘든 겨울을 보내면서 방황했던 것.
다른 아이들이 충분히 부러워 할 수 있는 몇몇 대학에 합격 예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상위 몇개 대학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재수의 길을
시작했다는 점.

재수를 하면서, 독학재수를 했는데

사실 300일 정도 '소위 열심히 공부하면' 다들 갈망하는 대학교를 갈 수 있다는 점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공부를 안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90일 정도만을 공부에 힘을 쏟는다는 점.
(그냥 일상적으로 한 6~8시간 공부하고, 놀고 쉬고 하는건 온전히 힘을 쏟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유지하는 공부가 있고, 성적을 올리는 공부가 따로 있다는 점.
유지하는 공부는 별로 유의미한 시간이 아니라는 점.
단순히 8시간, 10시간을 문제풀이에 매진하고 간단한 오답하는 시간을 보내는 공부보다
자기만의 방법론을 찾아 노트를 만들고, '스스로'가 체계적이라고 느끼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
위에 실질적으로 90일 정도만을 쏟는다고 했는데, 사실 300일이 아니라 90일에 30일을 더한
120일 정도만 열심히 공부해도 '스스로가 원하는 대학' 에 붙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이런 말을 백번 천번을 들어도 '수능 30일이 남았을 때, 그 30일을 더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점.'

 그 점이 가장 소름끼친다는 것.

실천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또 역설적으로 얼마나 쉬운지를 몸소 체험했다는 것.

그 외에도
제발 실수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
수학문제 1만, 2만 문제를 넘게 풀면서 공부했는데, 단 30문제로 모든게 결정난다는게
두렵다는 것. 실수로 깎이는 4점이, 조건하나 고려안해서 날리는 4점이
시간배분 하지 못해서 날아가는 점수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뼈아픈지 느꼈다는 것.
여러 말을 들으며 실력이라 생각하자고 하지만, 마음에서 올라오는 '그놈의 실수'
'아는 건데' 의 억울함을 떨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

입시가 얼마나 케이스바이케이스인지를 느꼈다는 점.
가장 정확한 진단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
타인의 입시논리에 휘둘리는 것이 가장 소모적이고 파괴적이라는 것.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

흔히들 독학재수를 하면, 스스로가 망가지는 것을 못느끼는게 가장 무섭다고들 합니다.
공부라는 영역에서 자신을 다스리려면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선생님이 이야기하셨습니다. 우리 몸에는 뾰족한 공이 있는데
일탈을 하면 그 공이 굴러다니면서 마음을 쿡쿡 찌른다는 것.
그런데 일탈이 계속되다보면, 공을 계속 구르면서 점점 마모되고, 결국 매끈한 구형이 되어서
스스로가 나태해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유지하는 공부, 즉 시간을 보내는 공부만을 하게 되면,
성적은, 잘돼봐야 유지. 아니면 소폭 하락하거나 정도가 심해지면 툭 떨어집니다.

저는 독학재수를 했고,
성적은 평균적으로 1~2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오르비에는 저보다 훨씬 높은 성적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뾰족한 공을 온전히 유지하시면서
지금까지 공부해오신 분들도 계실테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저와 비슷한 성적을 가지고, 흘려보낸 시간들을 후회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또는 저보다 소폭 낮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시면서 성적을 올려오신 분들도 계시고,
높은 성적에서 나태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무수한 케이스들이 있겠죠?

당장 18일 남았는데, 수능이 기대되는 분들보다는 불안하고 두려우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현역분들은 보이지않는 공포가 다가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처럼 1과 2를 아슬아슬, 등급을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시는 분들이,
수능엔 제발 아슬아슬한것 중에 좋은쪽으로!를 항상 되뇌이며,
가장 멘탈이 휘청휘청 하실겁니다.
또한 n수생 분들은 n수를 시작할 때의 과정, 다짐들이 봄이 오며 눈이 녹듯 녹아버린 것에
대한 후회, 추운 계절과 함께 다시 상기되어 다가온 것에 대한 공포, 절박함
을 느끼실 겁니다.
최근에서야 '공부' 라는 것을 제대로 하신 분들은 지금 하루하루를 뼈를 깎으며 보내시면서
250일 220일 190일이 남았을 때, 왜 그때를 지금처럼 보내지 못했나 얼마나 아쉬워 하실까요..

이제 18일 남았네요.
2주 하고 4일입니다.
금방 갑니다. 정말 금방 가요.

이 글은 사실 실모를 풀면서, 실수 때문에 답답해서 충동적으로 쓴 글인데,
그래서 글의 아무런 논리도 맥락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쓴 김에 꼭 하나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이제부터 쓸 말만이라도 반드시 기억하세요.


저는 한 50일? 40일? 전부터 위에 서술한 '성적을 올리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듯 합니다.
즉, 시간을 보내는 공부를 안하고, 정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달만 더 있었다면 정말 좋을텐데,,, 250일이 남았을 때, 280일이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ㅎㅎ

여러분은,
이 글을 보는 즉시,
남은 18일 동안, 목숨걸고 공부하세요.
수능에 적응해야 하니까 한 5일 정도는 남겨놓고,
적어도 13일은 한번 잠 4시간 자면서 공부해보세요. 
아니면 6시간은 자되, 낮잠자지 마시고, 웹툰보지 마시고, 가십거리 들락거리지 마시고,
공부만 하세요.

제가 재수생이니까 n수생 여러분들께 한말씀 드리자면,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으실텐데, 여러분 '수능을 망하고 다시 입시를 시작했을 때'
그 마음가짐 있죠? 그거 한번만 딱 떠올리고,
플래너에다, '지금부터 낮잠자면, 가십거리로 컴퓨터 이용하면, 반드시 수능망한다.
대신 18일간만 다 이겨내고, 진짜 내생에 제일 열심히 공부하면, 반드시 수능대박난다.'
적어놓고 공부 시작하세요.

18일입니다. 겨우 2주 4일인데,
200일도 아니고 100일도 아닌데,
2주 4일동안 목숨걸고 공부하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열공하기 시작했을 때, 생판 모르던
ebs영어지문 다보는데 딱 7일 걸렸습니다. 변형문제 풀고, 외우고,
그리고 7일 후에 실전모의고사 보니까
그때서야 70퍼센트 연계가 이렇게 큰거구나 느꼈어요.

이제 아무생각하지 마세요.
당장 여러분들은
19일이 지나면,
그 후로  시간이 넘쳐 흘러서 노는 것도 지루한 90일간을 얻게 되며,
            21900일동안 해당하는 대학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실겁니다.
19일 후에요.
제가 잠을 안잘수만 있다면,
진짜 안자고 공부만 하겠습니다.

제가 ebs 영어지문 다보는데 7일 걸렸다고 했죠?
18일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18일정도는 누구나 극한의 공부량을 유지할 수 있구요.'
'어쩌면, 지난 100일 200일이 아닌 이제부터의 18일이
여러분의 등급 3단계 4단계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자,

글이 끝났습니다.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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