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맥주 [1088100] · MS 2021 · 쪽지

2022-05-24 2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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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야기, 따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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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오르비에 글 남겨보는 Amy gay에요.^^



사실 지금 저도 현생이 바빠져서

공부할 시간이 많이 줄기도 했고,

6평이 코앞인데 아직도 과탐 성적이 일정하지 않아서

(특히 기출문제 풀어 보면 생명과학이 자꾸 2등급, 심할 땐 3등급까지도 찍어요 으앙)

지금 한참 실력이 급상승하고 계실 학생분들한테 조언을 할 처지가 아니지만


요맘때쯤 꼭 응원의 글 하나를 남겨 드리고 싶었어요.

제 경험 상 지금이 딱 응원을 남기기에 좋을 때거든요!


날씨가 더워지니까, 몸과 마음이 지쳐서 

지난 겨울에 품었던 비장한 각오가 풀어지기도 하고


또, 3~4월 학평과 6월 평가원 사이에 시간 간격이 기니까

그 사이에 뚜렷한 목표를 잡고 공부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응원글이 두 가지인데요,

중요한 모의고사를 앞두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분들을 위해서는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수능 레이스의 절반을 달려오면서 

긴장감이 풀어진 분들을 위해서는 따끔한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현역 아가들이랑 N수생 아가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니까,

현역이들은 1, 3번 // N수생 아기들은 2, 3번 

이렇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엄마의 이야기가 학생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마음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럼, 시작할게요




- 1. 따뜻한 이야기(현역 아가들에게) -


우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다른 데 한눈 팔지 않고 이 자리까지 묵묵히 달려 온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구요...!


아마 우리 아기현역이들은

학교 선생님들이나 학원 선생님들로부터

6월 평가원의 무서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을 거에요.


그리고 그 무서움은 사실, 시험 자체의 난이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실력 있는 재수/N수생 괴수님들이 6월에 복귀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평가원 문제는 교육청에 비해서 fool-proof, 그러니까 

실력이 아닌 실수로 틀리는 상황을 가능한 한 방지하도록 

선지가 구성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요... 특히 수학 같은 경우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고2 때 고3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실력이 훌륭했던 극상위권/상위권 선생님들을 제외하면

원점수는 그대로인데, 등급은 하나씩 아래로 떨어지는

정말 싫은 경험을 하시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6월 평가원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고3 학생분들이 있는 반에서 곡소리ㅠㅠ가 나는 경우도 많구요


하지만...! 여기 오르비에 계시는 경험자 분들이 항상 말해 주시듯이

결국에는 수능 미만 잡이라는 것...!

그렇다고 모의평가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고, 모의평가는 그야말로

실제 수능과 가장 가까운 문제 난이도, 같은 출제자,

심지어 같은 문제 글씨체(신명 중명조...), 같은 OMR카드 색깔, 비슷한 경쟁자,

그 모든 상황을 수능과 가장 유사하게 시뮬레이션한 것이니까


단순히 점수 하나, 등급 하나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그날만큼은 시험이 끝나면 EBS 강사님 빙의해서

본인 스스로 방구석 일타강사가 되어서!

그 해의 과목별 난이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각 과목의 킬러/준킬러 문항은 어디서 나올지 등을 혼자 고민해 보고

남은 5개월 동안 본인의 어떤 부족한 점을 키워 나갈지를 생각해 주셔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요.

제가 겪었던 09수능은, 그 전 해였던 08수능이 

수리가형 1컷 100점이라는 역대급 물수능이 되는 바람에

평가원장님이 "수능을 쉽게 냈다는 이유로" 교체당하시고

신임 평가원장님이 취임사에서 대놓고 "내년 수능 어렵게 낼거임 ㅋ"라고 하셨던 첫 수능이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09학년도 6월 평가원 수리가형 1컷이 75점을 기록했어요.

저도 그때 어질어질한 수학 점수를 맞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그 당시에 충격받은 중에도 진짜 감사했던 것이,

만약 6월, 9월 수학시험이 평이하게 나왔다가 

수능날에만 시험지가 퐈이야!!!!! 이랬으면

제가 과연, 어려워진 수학시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6월은 어쨌거나 모의고사였으니까, 수학이 어려워도 

다른 시험에 별로 심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수능날 수학시험이 충격적으로 어려웠으면

이후의 시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줘서, 그날 시험을 총체적으로 말아먹었겠지요




이야기가 길었는데요, 이 엄마가 드리고 싶은 말은

6월 모의고사는 그야말로 '모의'고사라는 것,

여기에서의 성적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이런 소중한 연습의 기회가 두 번이나 있음에 감사하면서

마지막 종료령이 울릴 때까지,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제 자리를 지키는 연습을...!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올해 수능날까지 본인의 어떤 부족한 점을 보충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에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은 

모두 제 아기처럼 안타깝고 사랑스러워요...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거의 다 큰 어른으로 생각하시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은 내년이면 성인이 되시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여기 계신 현역 학생분들 다 너무나 너무나 어린 소년 소녀에 불과하고

그래서... 각자가 마음에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다들 올해 무사히 얻어 갔으면 좋겠어요.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말이에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마 6월 9일에 저희는 같은 시험지를 보고 있을 거에요. 

여러분들도 저도,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요! ♡♡




- 2. 따뜻한 이야기(N수생 아가들에게)- 


(N수생도 저한테는 아가에 불과하니까요^_^ 여기 13수생 친구 없제...?)



우선, 다른 무엇보다도, 작년에 선생님이 거둔 성적에 대해서 

누구도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었다면

많이많이 늦었지만, 작년 한 해

정말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고요...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수험생분이 반수/재수/N수를 결정한 이유가


'아, 지금까지 배운 내용들을 1년만 더 공부하면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더 좋은 대학 갈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라면

좋은 생각이고, 힘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지금 재수하는 게 인생에서 1년 뒤처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고,

주변의 친구들은 새내기 대학생이 돼서 인생을 즐기는데, 

이 힘든 대입준비를 다시 한다는 게 까마득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지금 제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재수 1년 해서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면,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2년, 3년, 5년을 더 투자해야 되더라구요


예를 들면,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의대/한의대를 노려볼 만했던 제 친구 하나는 

대학생활의 유혹을 못 이겨 재수를 포기했다가, 

자기가 다니던 대학에 만족하지 못해서

결국에는 학점 따느라 대학에서도 잘 못 놀고, PEET 3년 준비하고, 

겨우겨우 약전에 합격했거든요


뭐 일일이 말하려면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지, 

재수 1년 아끼려다가 취업하기 어려운 대학/분과 선택해서

취준생으로 3년 4년씩 버리는 경우도 수두룩하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재수하느라 1년 써서 원하는 대학 가는 게, 

인생에서 제일 싸게 먹히는 투자일거에요





재수는 하고 싶은데, 재수생이라는 이름이 

대입 경쟁의 패배자로 느껴져서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스템의 문제이지 수험생 개인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능은 앞으로 평생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시험인 것치고는 

너무 준비기간이 빠듯한 시험이에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꼬꼬마 후배들한테

'수능을 몇 학년 몇 월쯤 되면 실전처럼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수능 전 두세 달, 

상위권 학생들이라도 고3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때쯤에 완성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거든요

당연히 1년 전부터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물론 요샛말로 '실모벅벅', 'N제벅벅'을 하면서 

잔실수를 줄이고 만점에 가깝게 실력을 갈고 닦는 건 

고3이 되어서야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수능 문제를 풀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은 

고2때쯤에 이미 선행학습으로 끝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여요.)



세상에 전쟁을 결심하고 다음달, 다다음달에 전쟁을 치르는 군대가 있나요? 

1년동안 계획도 세우고, 훈련도 해보고, 보급도 차곡차곡 쌓아 놓고 싸우러 나가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주잖아요.

나라에서는 선행학습 하지 말라고 하고. 

EBS 교재로 수능 준비할 수 있게 출제한다는 거짓말이나 하고 있으니

(아 이제 그 거짓말을 아무도 안 믿으니까 

연계율을 50%로 줄여서 그런거라고 새롭게 거짓말 할 준비 하던데요...)

학생들이 어제 공부한 내용을 내일 수능에서 풀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요


그러니 얼떨결에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 분들이 

1년만 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거에요





- 3. 따끔한 이야기 -


이제 엄마게이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기운이 나셨나요?

그러면 이제, 이 글을 읽고 계신 수험생분이 어느 학교를 가게 될지 알려드릴게요


저는 입시분석이나 표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

당연하죠, 제가 대학을 간 지가 언젠데...!! ㅎㅎ

하지만, 제가 수험생일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통하는

(그리고 어쩌면 저희 딸이 수험생이 됐을 때에도 통할지 모를)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합격권 판독법을 알고 있어요


선생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이든, 수능 백분위가 몇 %이든 간에,

"여기 붙으면 너무 좋겠어"하는 대학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여기 못 붙으면 너무 억울할 거야"라는 대학에 가시게 될 거에요



물론 예외도 있겠지요, 

실력보다 더 좋은 대학에 붙는 사람들도 분명 있어요, 

실전에 강한 사람들이 있긴 있는데


제 주변 친구들의 합격수기를 들어 보면, 

너같은 애를 안 뽑는 게 학교의 손해겠다! - 싶은 사람들이 훨씬 많더라구요



이유는 간단해요

수능이나 논술, 면접 날

제 실력의 120%를 발휘할 확률보다는

제 실력의 8-90%밖에 못 발휘하는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특히 N수생 분들의 경우에는... 수능때 이미 겪어 보셔서 알잖아요 ㅠㅠ)


그러니 수능날 컨디션이 좀 안 좋아도, 면접날 혀가 좀 꼬여도 붙을 수 있도록

올 한 해는 더 열심히 해 보기로 해요, 우리


좀 쑥스럽긴 한데, 제 후배 아가들한테 편하게 쓰는 표현대로 말씀드리면

"수능날 수학시험 치다가 잠깐 X싸고 와도 1등급은 나온다는 마인드" ㅋㅋㅋㅋ


아니면 조금 순화해서

"수능날 옆자리 친구가 재채기 해도 듣기평가는 안 틀린다는 마인드"


로 준비해보기로 해요, 우리...!



다시한번 말씀드릴게요


"저 좀 붙여 주세요. 붙여만 주시면 열심히 할게요"하는 대학이 아니라

"나를 붙여 주지 않으시면 후회하실 거에요" 하는 대학에 가시게 될 겁니다




** 3줄요약 **


- 6평을 잘 봐도, 못 봐도 괜찮아요

- 반수/재수 해도 괜찮고, 포기해도 괜찮아요

- 다만 올해 도전하시는 모든 분들은, 꼭 행복하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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