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 장마
빗방울보다 단단한 것들이
빗방울을 가볍게
맞받아치는 소리 들린다
또 하염없이 맞받아치는
냉장고 위 천장 구석
둘둘 말린 거미줄, 이라기보다 거미줄의 허물
열린 창으로 바람이 들이칠 때마다
풀썩, 풀썩, 몸을 뒤챈다
이 방에서 거미를 본 바 없는데
저렇듯 거미의 자취가 종종 보인다
비 오는 날은 거미들이
공치는 날일 것이다
파리, 나방이, 잠자리, 하루살이
그 많은 날벌레도 그럴 것이듯
하필이면 급경사길이 많은 동네에서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를 종종 본다
비 오는 날 그분을 만나면
세상이 폐지처럼
거미줄처럼 눅눅해진다
할머니시여, 빗방울보다 단단하소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자꾸 나도 모르게 기절하네요ㅠㅠ 밤잠도 많이 자는데ㅠ 자기 전에 운동해야겠어요ㅠㅠ 운동 추천 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