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학원 창문 위를 기어올라가던 벌레를 보았다.
재수학원 자판기 옆, 닦은 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
꼬질꼬질한 창 표면을 힘겹게 올라가는 날개 달린 벌레를 보았다.
아래로 여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왔나보구나, 유심히 벌레를 쳐다본다.
근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창은 벌레가 기어가고 있는 유리 바로 아래칸에 있다.
그 넓은 창을 아무리 기고 또 기어봤자 벌레는 절대로 창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자신의 발 아래에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걸 벌레는 알고 있었을까.
벌레는 날개를 푸덕거리며 미끄러운 창 면을 열심히 올라간다.
힘겹게 올라다가 중간 쯤에서 또르르 떨어진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또 창 표면위로 올라간다.
발 끝이 미끄러운지 자꾸만 걸려 떨어진다. 그래도 계속 올라간다.
떨어지고, 올라가고, 떨어지고, 올라가고, 떨어지고, 올라가고, 떨어지고.
그런데 나는 벌레가 절대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벌레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탈출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수 십 마리의 자그만한 벌레들이 창틀에 붙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려 든다.
나는 그 벌레들을 유심히 본다.
그 중에서 움직이지 않는 벌레를 보았다.
놈은 죽어있었다.
아마 지쳐서 죽어버린 거겠지.
자판기 앞을 서성이는 아이들이 그 옆을 살짝 스치기라도 한다면,
놈의 시체는 하릴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겠지.
그러면 청소부 아주머니가 거친 빗자루질을 해대며 그 놈의 시체를 치우겠지.
그리고 나는 살기위해 바둥거리는, 남은 녀석들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저 녀석들도 언젠가는 지쳐 쓰러지겠지.
그러다 나는 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흐릿하지만 몇몇 놈들이 무언가에 의해 짓눌려 죽은 흔적이 남아있다.
자판기 옆을 스치던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죽인 게 틀림없다.
창틀에 있는 저 녀석들도, 언젠가는 어떤식으로든 저런 개죽음을 당할 게 틀림없다.
나는 그때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들어올려다 보았다.
분명 저 놈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돈키호테처럼, 이루지 못할 이상을 꿈꾸며 헛고생을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분명, 죽게 될 것이다.
영원히 탈출을 꿈꾸기만 하다가 죽게 될 것이다.
나는 고민한다.
저렇게 오랜시간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을 거라면
차라리 그놈들을 빨리 죽음으로 이끄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는 조심스레 펜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그 때,
제일 높은 창틀까지 다다른 녀석이 그 높은 곳에서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윗 창틀이 아닌, 바깥 세상과 연결되어있는 아랫창틀로.
녀석은 뒤집어 진 상태로 날개를 푸드덕거리다 그 무수한 발로 자신의 몸을 지지하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푸드덕 거리는 날개를 활짝 펴고 건물 밖으로 윙 날아가버렸다.
자유로운 밖으로, 그토록 원하던 밖으로, 가뿐하게 날아가버렸다.
나는 내 어깨까지 펜을 들어올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 왜 나는 저놈들을 아랫창틀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왜 나는 그토록 잔인한 생각을 했던 걸까.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몸을 돌려버렸다.
내가 몸을 돌린 그 순간까지도,
수 십 마리의 작은 벌레들이 창틀을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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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정시 최초합 했을 때 , 등록기간이 언제부터 시작인가요??
백석인줄...
저 백석시인 진짜 좋아하는데,
칭찬...이죠?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백석시인 진짜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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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뭐 좋아하세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요!
수능공부하면서 자주 봐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이 시를 여러번 보면서 이성간의 사랑뿐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사랑에 대해서 고민했었어요.
또, 내가 남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이 무엇이어야만 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 준 시이기도 하고요.
명작 respect
감사합니다 :)
님 시인이나 소설가쪽 소질 있으시네요 신촌문예 이런거 도전해보세요
ㄷㄷ 그 정도까진 아닌데,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수학원에서 일찍 돌아와서 오랜만에 글 써봤는데
이렇게 칭찬해주시는 댓글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
4월 월례고사 때문인지 요즘 재수생활이 힘드네요..ㅠㅠ
나중에 짧은 에세이 (수필) 써보고 싶어요!
내년에 대학가면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써봐야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춘문예....
의식의 흐름기법인가요?
앜ㅋㅋㅋ 생각나는 대로 일기쓰듯이 쓴 건데
이걸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봐도 되나요? ㅋㅋ
재미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수 십 마리의 자그만한 벌레들이 창틀에 붙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려 든다.
전 이 구절이 순간 재종반에 갇혀있는 학생들? 지칭한걸로 읽혔네요 문학의 장점은 해석의 무한함이 아닐까 합니다 글잘쓰셨어요
그쵸?
모두의 생각이 답이 될 수 있다는 게 문학의 매력이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2. 인물 간 대화를 통해 인물의 분열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3.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여 사건을 입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4. 여러 인물의 내면을 서술하여 인물들의 다양한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5. 요약적 서술과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지문에 비해 선지가 이상함
제가 썼지만 답 고르기 어렵네요 .... :b
음....답이 뭐죠? ㅋㅋㅋ
댓글에 비해 닉네임이 이상함
ㅋㅋㄱㅋㅋㅋㄱㄱㅋㅋㅋㄱ
개인정 ㅋㅋㅋㅋㄱㅋㅋㅋㅋㄱㅋㅋㅋㄱ
개인정 ㅋㅋㅋㅋㄱㅋㅋㅋㅋㄱㅋㅋㅋㄱ
캬 ㄷㄷ 잘쓰셧네요
감사합니다!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글쓰는데 재주가 좋으신것같아요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
기분 좋네요!! 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
기분 좋네요!! 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
기분 좋네요!! ㅎㅎ
자! 그럼 남은건 김첨지와의 대결뿐인가!
제가 어찌 감히 김첨지님과 대결을...ㅎㅎ
- 보기 -
이 시를 쓴 작가는 21c 의 대한민국이란 국가 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 적지 않은 인원이 경험하게 되는 재수 생활에 대한 억압된 감정을 우리들이 하찮게 여기는 벌레라는 대상을 통해 표출하고 있다.
이 때 벌레라는 대상을 단순히 하찮은 존재가 아닌 이러한 억압된 상황이 강제되는 세계에 대한 저항적 주체의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사고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오우오옹
뭔가 진짜 수능문제 푸는 것 같은 보기네요 ㅋㅋ!!
오오오오...(혼자 감탄하고 있습니다...정말로요..)
와ㅜㅠㅠ개좋아요
헤헤, 감사합니다 :)
와 정말 잘쓰셨네요
감사합니다 :)!!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쑥스럽네요..
대박
대박 ^0^ 감사합니다~
글잘쓰시네 글에서 뭔가를느낌
감사합니다 :)
문학회에 오실래요???ㅋㅋ(문학회다니는저보다 잘쓰시는듯)
문학회 이런 건 어디에 있나요?
뭔가 찾아보고 싶은데 소극적으로 다가가게 되네요 ㅎㅎ
국문과 ㄱ
문사철 생각하고 있슴다 ㅋㅋㅋ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대논술로뚤은제친구보다난듯ㅋ
으앜ㅋㅋ 과찬이십니다.
정작 저는 논술 모의고사에서 C, D맞아요 ㅠㅠ
글 읽고 댓글도 살펴봤는데 저도 문사철 목표하고 있어요! 함께 힘내요 ㅎㅎ
함께 힘내요!!! :)
캬 취한디..
취하셨다니 ㅋㅋㅋ
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성공해서 후배들이 밑 창으로 나갈수있게 밀어주는 선배가 됩시다 ^^
멋진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ㄷㄷ 훌륭한모티브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반응이 너무 핫(?)해서 혼자 당황스러워하고 있네요..ㅋㅋ;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문과분들이 이런거 써내는거보면 이과문과 논쟁 정말 의미없다고 느껴지네요 ㅋ
으아..;;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린드
뭐라고 답글 달아드려야 하나 살짝 고민했네요 ^^;;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문제풀이용으로 지문들만보다가 이런시를 보니 저절로 몰입하게되네요..ㅎㅎ 수능문학도 문학이지만 이런시가 진짜 문학인것같네요. 답지없이도, 해설지없이도, 선생님의 풀이없이도 스스로 생각하게되는 이런시가 진정한시라고 생각해요. 이런 좋은시를 써주셔서감사해요ㅎㅎ
아무래도 다들 수험생 신분이셔서 공감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 글을 보고 진정한 시라고 극찬해주시니,
답글 달면서 혼자 들뜨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
남은 수험생활 같이 힘냅시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우
와우 ^0^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한 기승전결! 완벽한 결말이네요.
마무리 지을 때 어떻게 끝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칭찬 댓글 달아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헤헤 :)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단하다...멋있어요
제가 멋있다는 말을 들어보고, 와...신나네요 ㅋㅋ ^0^/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에 눈물고였어요 ㄷㄷㄷ
나는 열심히 올랐다가 다시 창안쪽으로 떨어져서 다시 오르는 벌레기 때문인가 ㅠㅠ 몰입되서
가뿐하게 창 밖으로 나갈 날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언제나 힘내시길, 같이 파이팅입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꼭 건승하시길.
좋네요.. 힐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4월 성적표로 힘들었던 마음이, 여러분들의 댓글 덕분에 기쁨으로 가득 찼네요!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 모두 올해 입시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감동 ㅜㅜㅜ 부러워요
이런 부족한 글에 감동 해주시고..진짜 감사합니다.
올해 꼭 입시 성공하시길! 파이팅 입니다!
개감동..
감사합니다 :)!!
아...갖고싶다...
넹?! 무슨 의미이신지?! ㅋㅋㅋ
결론은 벌레들을 아랫창틀로 안옮기셨고 관조하신 건가요??
와.. 책상앞에 붙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힐링용..ㅎㅎ
제 부족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제 글이 좋은 쪽으로 쓰일수만 있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
헐 스크랩이용... 블로그퍼가고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