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문제 푸는 데 너무 오래 걸려요.
생각의 전개 교재를 출판하고 나면, 매년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술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요.
그런 내용들을 일반적으로는 강의에서 열심히 알려 주기는 하는데,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제 게시글로도 남겨볼까 합니다.
이렇게 자잘한 +@의 내용들을 [생각의 전개 외전] 시리즈로 가끔씩 찾아 뵐 테니, 많이들 기대해 주세요 ㅎ
[생각의 전개 외전 1] 문학 시간 단축 꿀팁 : https://orbi.kr/00063100625
[생각의 전개 외전 2] 독서 못하는 학생들 특 : https://orbi.kr/00063527814
생각의 전개 외전 세 번째 시간, 오늘의 주제는 '소설 시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소설은 지문의 특성상 텍스트량이 상당하고 정보량도 많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시간 부족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소설에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빠르게 결론부터 가겠습니다.
1) '내용일치'에 해당하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For 2024 피램 생각의 전개 - 문학 1권 88p 일부
피램 생각의 전개에서는 소설에서 인물에게 제대로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문 내용을 '이해'하여 빠르게 문제를 풀어낼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인물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그 인물의 '심리, 행동, 발화'의 근거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슬프다는 반응을 보인다면, 왜 슬픈지 생각해 보면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공감'하면, 대부분의 선지가 너무나 '당연한 선지'가 되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크리스마스 캐럴 5'입니다. 지문의 이 부분과 관련된 선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각 선지의 근거들은 위에서 형광펜 쳐 둔 부분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3번 선지의 경우 위의 초록색 형광펜 부분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고, 4번 선지의 경우 아래 파란색 형광펜 부분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근거를 들이대면서 단순한 '내용일치' 문제로 처리한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정답률은 고작 49%였습니다. 특히 18%의 학생들은 정답인 4번 선지를 고르지 못하고 3번 선지를 답으로 골랐죠. 이는 위의 초록색 형광펜 부분을 놓치는 순간, 해당 문제를 푸는 동안 다시 '근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시야가 좁아지는 시험장에서 초록색 형광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물론 '뜰'이라는 단어에 굵은 글씨를 해 주기는 했는데, 치사하게 초록색 형광펜 부분이 아닌 더 앞쪽에 굵은 글씨를 해 주기도 했구요. 굵은 글씨를 따라 가도 근거를 찾기가 어려우니, 3번을 답으로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기출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내용일치 문제'로 치부한다면, 시험장에서 특정 부분을 놓쳤을 때 3번 선지를 고른 18%의 학생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틀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혹은 어떻게 답은 골라내더라도, (파란색 형광펜은 어느 정도 명확하니까) 시간을 오래 쓸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답은 '공감'에 있습니다.
먼저 지문을 읽을 때, 초록색 형광펜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해야 합니다.
'앞에서 방에 있으면 쑤시고 밖에 나가면 씻은 듯하고 하더니, 그 경계에 해당하는 뜰에서는 애매하게 아픈 것이구나. 그럴 수 있겠다.'
그리고 파란색 형광펜 부분을 읽으면서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밖에 나가면 안 아픈데 그렇게 되면 통행 제한을 어기게 되어 부르주아의 썩은 미덕을 지킬 수 없게 되는구나. 자신의 아픔과 사회적 약속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그럴 수 있겠다.'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공감'의 과정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3번 선지 : 뜰은 경계라서 애매하게 아팠다고 했지.
4번 선지 : 페어플레이는 통행 제한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건 관청이 정한 규칙이지.
이런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지문을 읽으면서 조금만 시간을 들여 '공감'해 주시면, 선지가 너무나 '당연'해져서 빠르게 해결이 가능한 것이죠.
즉, 이 문제를 단순한 '내용일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을 얼마나 잘 했는지 묻는 문제로 바꿔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시험장에서도 '공감'하며 지문을 읽고, 너무나 '당연'하게 선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저는 최근 제대로 된 기출분석의 의의는 '내용일치'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선지의 수를 줄이는 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출을 보면 볼수록, 단순한 '내용일치' 선지는 정말 드물거든요. 다 어떠한 '생각'을 요구하는 선지들이고, 이 '생각'을 잘 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2) 지문의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For 2024 피램 생각의 전개 - 문학 2권 해설 276p 일부
피램 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해설지에서 'skip 가능 구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무언가 똑같고 뻔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구간은 굳이 꼼꼼하게 다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에요. 물론 이건 어느 정도 연습을 통해 '감'을 얻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입니다. [A] 부분을 보시면, 굉장히 추상적인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걸 꼼꼼하게 읽으면서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나'가 '기범'을 이해했다는 뻔한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이니까요.
그리고 문제를 보시면, [A] 부분의 내용을 하나하나 이해했는지가 아닌 '이야기 내부의 서술자(나)가 인물(기범)에 대한 평가를 관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즉 [A] 부분에서 반복되는 내용을 요약한 선지가 정답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 외에도, [A][B]로 묶은 부분이 'skip 가능 구간'에 해당할 때는 그 부분의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가 아닌 큰 틀에서 반복되는 내용 그 자체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 기출문제를 통해 계속해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렇게 [A][B]로 묶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반복되는 느낌이 들면 빠르게 넘어가도 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상사동기'입니다. 앞부분에서는 '생'이 '노파'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인에 대해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노파'는 이를 듣고 '참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하며 '이 애는 회산군 댁 시비예요.'라는 정보를 줍니다. '시비'(여자 노비)라는 단어만 알고 있다면, 그 뒤의 내용은 전부 '이 애'가 양반집 노비라 사랑을 이루기 어렵다는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문제에서 해당 부분을 디테일하게 물어보면 돌아와야겠지만, 문제는 대부분 이렇게 나옵니다.
해당 구간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선지가 제시된 모습이죠? 물론 디테일한 내용일치를 다루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대부분 정답이 아닙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지문의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읽지 않고 적당히 스킵하며 넘어갈 수 있다면, 시간 단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니, '똑같은 말이 반복되면 넘어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이리저리 연습하고 틀려도 보고 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모든 선지를 엄밀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다.
'skip 가능 구간'으로 여기고 빠르게 넘어갔는데 해당 부분에서 디테일한 내용일치를 묻는 선지가 나오는 경우, 대부분 정답 선지가 아닐 테니 넘어가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피램 생각의 전개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요.
For 2024 피램 생각의 전개 - 독서 2권 114p / 문학 2권 144p 일부
물론 교재에서 언급하는 건 '모르면 넘어가라!'이지만, 소설 문제풀이 과정에서는 '네 기억에 없다면 그냥 아니라고 해도 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에서 (2022학년도 수능)
'중심인물이 알지 못하는 사건', '공간 이동', '내면 변화', '동시적 사건들의 병치' 같은 것들을 본 기억이 없다면, 그냥 틀렸다고 쳐도 된다는 것입니다. 공부할 때야 엄밀하게 근거도 찾아 보고 하는 게 좋겠지만, 시험장에서 저런 것들 하나하나 엄밀하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풀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1) '내용일치'에 해당하는 문제는 없다고 봐야 한다."에서 언급했듯이, 애초에 인물에게 제대로 '공감'하며 내용을 '이해'했는데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다면, 틀린 선지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입니다. 이렇게 엄밀하지 않게 넘어간 다음, 혹시나 답이 없으면 그때서야 엄밀하게 확인해도 늦지 않습니다. (물론 애초에 다시 엄밀하게 확인할 일이 없을 겁니다. 위 문제의 4번 선지처럼 명확한 정답을 바로 고르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이와 같은 내용들을 모두 종합해서 예를 들어 봅시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소현성록'입니다. 해당 부분은 '화씨'의 방을 엿듣는 등 악행을 저지른 '여씨'를 남편인 '상서'가 혼내는 장면입니다. < > 부분은 '상서가 여씨를 혼낸다.'로 정리 가능한 'skip 가능 구간'입니다. "부인이 여자의 행실을 전혀 모르는지라."만 보고 그냥 skip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나왔습니다. 이 선지의 '근거'는 'skip 가능 구간' 중 "전일 말한 사람이 있어도~"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읽지 않았거나 대충 봤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선지를 엄밀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3번 선지처럼, '여씨'가 '상서'의 말을 듣고 부끄러워했다는 것에 '공감'했다면 어렵지 않게 답으로 고를 수 있는 정답 선지가 제시되어 있으니까요.
따라서 2번 선지는 다음과 같이 엄밀하지 않게 판단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상서라면 왠지 그럴 것 같다.'
실제로 해당 지문에서는 '상서'가 FM에 도를 중시하는 꼰대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 번 알려 줍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상서'라면, 당연히 남의 말의 진위를 직접 확인하여 판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근거를 찾아서 푼 건 아니지만, 혹시나 답이 없으면 그때서야 다시 근거를 찾아 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 글은 단순히 시간을 줄이기 위한 '스킬'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지 판단을 빨리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문을 읽을 때, 그리고 선지를 판단할 때 해야 할 '생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글입니다.
항상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의미 있는 국어 공부를 하시고, 소설 시간도 줄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외에도 훨씬 많은 태도와 생각들이 있습니다. 이런 걸 배우고 싶거나,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P.I.R.A.M 국어 생각의 전개 : https://atom.ac/books/10621
P.I.R.A.M 국어 7개년 기출문제집 : https://atom.ac/books/11077
피램 스페셜 페이지 : https://special.orbi.kr/piram2024/
혹은
피램 파이널 현장강의 : https://orbi.kr/00063966642
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ㅎㅎ
ps. 아직 생각의 전개 공부하기에 늦지 않았습니다. 이게 책팔이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원래 생각의 전개가 처음 기출 보는 사람에게는 기출 분석의 틀을, 그동안 다른 방법으로 기출을 공부했던 사람에게는 공부한 내용이 정리되면서 새롭게 기출이 보이는 경지에 오르게 하는 틀을 제시하는 교재라서 그렇습니다. 다른 책이나 강의로 공부하셨더라도, 파이널 마지막 기출 정리에 가장 효과적인 교재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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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2
질문 받습니다
늘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공부 과목 전환하기 전에 읽으면 잼써용
저 [무사와 악사]에서 저 혼자 기출 풀때는 관념적이다 = 추상적이다 = 읽으면서 한 번에 장면 상상이 안된다, 감각(오감)적이지 않다 --> 라고 생각하고 풀었는데,, 제가 요 칼럼 저부분을 좀 과대해석했나 해가지구 질문드려용
대강 저 [A]부분을 읽다가 "아 얘가 그냥 기범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자기 멋대로 생각을 하고 있는거구나" 라 생각하고 2번 선지 찍고 넘어가도 된다는건가요??
네네 ㅎㅎ 그렇게 해도 답 고르는데 문제 없으니까요
파마늘지문 너무 더러워요…. 복잡해서 더러운게 아니라 비위가 상해요..
킁킁
일요일날 뵈는 현강생인데 생각의전개 복습 야무지게 하구 뵙겠습니당!!!
소설은 몇분정도 걸리면 적당한건가요????
갠적으론 6분 내외면 훌륭하다고 봅니다
소설 인물 마음에 공감하면서 읽고 왜 이런 행동을 했지 잠깐 생각해보는 시간 가지면서 읽으면 읽는데만 6분 문제 3분 정도 걸리는데ㅠㅠ 읽는 시간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6평 95점(문학 독서 각각 1틀)인데 9평 전에 기출 한번 다시 보려고 하는데 생각의 전개랑 7개년 기출 중에 어떤거 추천하시나요??
문학을 틀린다면, 전개 추천드립니다!
생각의 전개에 독서 문학 둘 다 최신 기출까지 다 있나요??(최근5개년 정도요,,)
전 지문은 아니고, 주요 지문은 거의 다 실려 있습니다!
문학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글 큰 도움 된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ㅎㅎ!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생각의 전개 문학1,2는 각각 어떤 내용인가요??
1~2권이 하나의 교재입니다. 이 글처럼 문학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 때 해야 하는 생각들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윤지환! 윤지환!
ㅋㅋㅋㅋㅋ김민재 폼 미쳤다
칼럼글보면서 개인적으로 작년에 제가 피램책으로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아쉬운 점에 대해 몇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입니다. [A] 부분을 보시면, 굉장히 추상적인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걸 꼼꼼하게 읽으면서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나'가 '기범'을 이해했다는 뻔한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이니까요.'
소설에서 생각해야 되는 요소는 내용적인 인물, 사건, 배경도 있겠지만 이건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미 끝나있어야 되는 부분들이고, 수능에서 요구하는 것을 보면 서사적인 역할에 대해서 강조한다고 보고있습니다. 특히 현대소설이 고전소설과 다른 지점인, 서술의 다양성(서술자, 초점화자 및 문체)이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소설은 서술 양상이 굉장히 단조롭고 관습적이니까 서사성에 관한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구요.
22학년도 6월 무사와 악사는 '나'라는 작중의 서술자가 기범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흔히 말하는 관찰자 시점으로 제시됩니다. 기범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데 왜 굳이 이런 1인칭 서술자를 통해 서술하고 있는가만 생각해보면 저 문제는 이미 풀려 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인물 내면에서의 독백과 고민들이 주된 것일테구요.
'중심인물이 알지 못하는 사건', '공간 이동', '내면 변화', '동시적 사건들의 병치' 같은 것들을 본 기억이 없다면, 그냥 틀렸다고 쳐도 된다는 것입니다. 공부할 때야 엄밀하게 근거도 찾아 보고 하는 게 좋겠지만, 시험장에서 저런 것들 하나하나 엄밀하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풀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22수능 매우 잘생긴 우산 서술상 특징 문항)
제 생각엔 이것도 주어진 서술자가 초점화자 김달채씨의 의도를 대놓고 제시하면서 알려주고 있으며(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우산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 주어진 장면의 서사적 역할도 이러한 김달채씨를 거리를 두고 드러내는 것이 명확합니다. 엄밀하게 보는게 아니라 1초만에 풀려야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안되면 뭘 봐야될 지 모르는 겁니다. 장면이나 이야기 구조(플롯)의 서사적 역할, 서술자와 초점자의 효과 이런것이 있는지만 알아도 끝나는 문제인데...
이런것들은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수능 문학 문제들에서 묻고 있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교과과정에서 어떤것들을 내용요소로 제시하는지 짚고 훈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도 피램책도 사서 작년 문학 1,2권 갖고 있지만, 결국엔 기출문제랑 평가원 학습방법 안내 책자만 놓고 독학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점에서 억울한 지점도 있구요... 아무도 이런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1초만에 푸는게 정상이라는 의견은 어느정도 이해하겠는데
공부할 때 엄밀히 보는게 왜 잘못된건가요
ㄴㄴ 저는 공부할때 그런것들 따져봐야 경험치가 오른다는 생각이고, 본문 글 내용에서 제가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을 따온 거에요
긴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반박은 아니고, 그냥 저의 생각 조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말씀하신 교과과정 내용요소들을 굳이 다루지 않아도, 그저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내용요소들을 암묵지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그런 내용요소들을 교재에 다 실어버리면, 절대 다수의 학생들에게 '지루한 교재'가 되어 버립니다. 일단 공부가 재밌어야 한다는 게 제 신조이기 때문에, 굳이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3. 물론 이러한 내용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의 절정' 시리즈를 출판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들여야 하는 노력에 비해 수요가 매우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어 섣불리 교재 집필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교재가 그걸 알려드리지 않아서 죄송하지만, 부족함을 느끼고 스스로 평가원 학습 방법 안내 책자를 놓고 독학으로 깨우쳤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굳이 누가 알려줘야만 덜 억울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독학으로 하셔서 더 깊게 이해하신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평가원이 생각하고 있는 수준은 학교 수업에서 이런 것들을 알려주고 그 효과에 대해서 탐구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것이고, 비단 문학뿐 아니라 독서도 여타 교과개념은 알고 있다고 전제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가 못하죠. 과외나 여타 방법으로 학생들 만나서 수업때 교과서로 뭘 했는지 물어보면 그냥 본문 내용만 외웠다고 하는 지경이니까요. 사교육도 이런 지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학교에서 이뤄져야 할 것들이 안되는 게 근본원인이겠죠.
어찌보면 국어 교육 전반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을 적게 된 것 같은데, 사교육에서 왜 다루지 않는지도 대강은 이해가 갑니다. 뭔지 모를 찝찝함은 항상 있었는데 문제를 틀리는 일은 잘 없었으니까요.
가뜸 틀리는 문제도 그냥 '이러이러해서 잘못 읽었구나' 하면서 그 찝찝함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당장 실모를 풀게 되는게 보통이고, 수능 문학에서 그정도까지 요구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었으니까요.(올해는 반대가 될 가능성도 다분하지만...)
그래도 알고모르고의 차이는 제가 느끼기에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할만큼 현격했었고 독서나 문학이나 애매함이 사라진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내신식의 그런 공부라고 오해할 소지때문에 그런것 같기도 한데, 수능에서 요구하는 것은 그런 주입식이 아닌 본질적인 감상 능력이고 그라서 항상 효과에 대해서 묻고있죠. 그런 요소들이 의도한 효과를 갖는게 너무 신기했고 뭔가 기출문제들이 전부 들어맞춰지는 것이 재밌었어요. 내용요소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았고 그걸 귀납적으로 정리해가는 게 학습자의 몫이죠.
쓸데없이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그냥 선생님 책은 저도 도움 많이 받기도해서 이렇게 길게 적은 것 같네요. 이만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