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협의체 회의록 법원 요구에 “없다”… 황당한 복지부
[사설]의대 증원 협의체 회의록 법원 요구에 “없다”… 황당한 복지부
정부의 이 같은 해명은 의대 증원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했다고 자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음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런데 2000명 증원을 확정한 회의록 외에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없다. 그중 핵심인 의료현안협의체는 ‘원활한 협상’을 위해 양자 합의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의대 증원 과정은 정부와 의사만 알면 됐지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건가. 그러니 회의체에 참여한 의사단체가 “구체적 증원 규모는 논의한 적 없고 2000명은 정부가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고 해도 소모적 진실 공방만 벌일 뿐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정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한 서울고법 행정7부는 의대 교수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회의록을 포함한 근거 자료를 보고 이달 중순경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법원이 합리적 근거 자료가 빈약하다고 판단하고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 대학입시 일정상 올해 의대 증원은 불가능하게 된다. 법원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깜깜이 배정’ 의혹이 제기된 대학별 정원 배정 관련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 의사들의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의료계와 교육계의 혼란은 불가피한 셈이다.
지난 정부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매년 400명씩 4000명 증원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엔 의사들이 반대하는 공공의대 신설까지 병행해 추진하는 바람에 의료계 저항이 컸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연간 2000명씩 1만 명이라는,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증원을 추진하려면 그만큼 정교한 논리와 충분한 설득 작업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과학적 근거도 주요 회의록도 내놓지 못하고 의사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만 있으니 의료대란의 책임을 어떻게 지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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