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글] 이원준 학파 어서 모이자
안녕하세요, 김미한입니다.
원래 이 글의 제목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는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이원준 학파가 많을 것 같아서 글의 제목을 이렇게 달아 봤습니다.
글의 원래 제목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이 글의 주제는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심화해서 다뤄보자'입니다.
'심화'라고 해서 어려운 느낌이 있는데, 실제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반응이 다소 소소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글을 소화해 내신다면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평가원 기출에도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직·간접적으로 출제된 만큼 앞으로 다가올 6평, 9평 수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어디서 들어보셨나요?
충분조건과 필요조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개념은 조건문입니다.
P→Q라는 조건문에서 P는 Q를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이고, Q는 P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내가 오메가-3를 먹으면 혈행 개선이된다'라는 조건문에서 '내가 오메가-3를 먹음'은 '혈행 개선'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이고, '혈행 개선'은 '내가 오메가-3를 먹음'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근데 여기서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의 의미가 정확히 이해되시나요?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신다면 나는 오줌을 싼다.’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시는 것은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입니다.
하지만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시는 것은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만약 내가 모카를 마시는 것이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시지 않으면 나는 오줌을 싸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카페 모카를 마시지 않아도 오줌을 쌀 수 있습니다.
내가 포카리 스웨트를 마셔도, 라떼를 마셔도, 수분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오줌을 쌀 수 있습니다.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처럼 P가 Q를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뿐인 충분조건인 것은 아니며, 또한 저절로 필요조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수분을 섭취해야 나는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하지만 내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만약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 중 하나라면 내가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분을 섭취하는 것 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마실 공기가 있어야 하고, 섭취할 영양분도 있어야 하며, 자외선을 차단해줄 오존층도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P가 Q가 참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해서 반드시 하나뿐인 필요조건인 것은 아니며, 또한 저절로 충분조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도대체 뭔지는 알 것 같은데 확실하게 잡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직관적 이해를 위해 추가적인 설명을 드리려 합니다.
‘폭우(C)는 홍수(E)의 원인이다.’
해당 인과관계를 톺아보며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이해해 볼 것입니다.
인천 시내에 폭우가 발생(C)했다고 해봅시다.
기상청은 비가 얼마만큼 내릴 것이라고 예보를 합니다.
그에 따라 관련 부처에서 댐을 열어 물을 적절히 방류하여 홍수에 대비합니다.
즉 인천 시내에 폭우가 발생했지만 기상청이 폭우를 예보하여 댐을 적절히 방류했다면 홍수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죠.
만약 인천 시내에 폭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했다면 기상청의 예보 실패(A), 댐 방류랑 조절 실패(B)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걸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표기할 수 있습니다.
(C∧A∧B)→E (이때, ∧는 AND를 의미합니다.)
이때 폭우(C)는 충분조건으로서의 원인일까요, 필요조건으로서의 원인일까요?
당연히 필요조건으로서의 원인입니다.
폭우가 발생(C)하지 않는다면 홍수도 발생(E)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폭우가 발생(C)한 것만으로는 홍수는 발생(E)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폭우(C)를 기상청의 예보 실패(A), 댐 방류량 조절 실패(B)로 바꾸어도 상관 없습니다.
즉 C, A, B는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죠.
그렇다면 E의 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C와 A와 B를 모두 AND로 이은 (C∧A∧B), 즉 폭우가 발생하고, 기상청의 예보가 실패하고, 댐 방류량 조절을 실패하는 경우가 바로 홍수를 발생시키는 충분조건입니다.
그런데 충분조건을 이것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쓰나미가 발생(D)하거나 극악의 확률이지만 강에 혜성이 충돌(F)한다면 홍수가 발생(E)할 수 있습니다.
쓰나미(D)는 당연히 충분조건으로서의 원인입니다.
쓰가미가 발생(D)한 것만으로 홍수가 발생(E)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쓰나미가 발생(D)하지 않더라도 홍수가 발생(E)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쓰나미(D)를 강에 혜성 충돌(F)로 바꾸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걸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표기할 수 있습니다.
(C∧A∧B)∨D∨F→E (이때, ∨는 OR를 의미합니다.)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의 직관적 이해를 원한다면 상기의 표기를 기억하시길 권장합니다.
여기서 D, F를 제외한다면 C, A, B는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고, (C∧A∧B), D, F는 E를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입니다.
여기까지가 본론이고, 평가원 기출에 직접적으로 출제된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거시 건전성 정책은 미시 건전성이 거시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구성의 오류’에 논리적 기반을 두고 있다. (2020학년도 6월 모평 발췌)
이때 미시 건전성이 거시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진술은 미시 건전성이 거시 건전성의 필요조건일 수 있다, 즉 거시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미시 건전성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납 추론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고 본다. (2017학년도 수능 발췌)
이때 가설만으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는 진술은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가설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납 추론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이 사후적인 결과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에 준칙을 지킬 것을 강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18학년도 6월 모평)
이때 민간이 사후적인 결과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진술은 민간이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후적인 결과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납 추론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와 '팔로우' 눌러주세요!
p.s 『독해분석』이 조만간 전자책으로 출판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신 때문에 물리 선행하려고 하는데요 자이스토리나 마더텅 풀때 고3거만 푸는건가요?...
-
큰책 빨간거는 30회정도 모의고사 기출을 회차별로 쭉 모아둔 책인거같고 검은책은...
-
수학 개념원리(상/하) 보고나서 심화서는 뭘봐야 하나요? 1
수학 개념원리 상하 다 보았는데요 심화서는 뭘 봐야 하는지요? rpm 보면 되나요?...
-
ㅈㄱㄴ
-
짱 중요한 유형 2
벅벅 푸는중 ㅇㅇ 질문받아요
-
고3이고 국어 안정 3인데...
-
수학 커리 추천 7
올수 공2미2 딱 1컷에 걸쳤습니다 기출 제대로 닦은 적 없는 것 같아서 기파급으로...
-
원래 세상은 5%의 엘리트와 95%의 시티즌으로 구성되는데 안타깝지만 대다수의...
-
첫 지문만 해강 듣고 해설지로 독학하는게 진짜 맛도리인데 떼잉
-
안녕하세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학생입니다. 현재 수학 성적에 대해 고민이...
-
여름방학 때 수1 혼자 하려고 하는데 양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난이도는...
-
수능 독서를 처음 공부하고 있는데 뭘 살지 몰라서 그냥 기출들이 모여있다는 빨텅...
-
수학 n제 순서 0
현역 미적이 1컷 정돈데 지굼까지 드리블 엔제 드릴3,4 다 했어요 이해원s1...
-
시발점+쎈->()->자이스토리로 미적 공부할 예정인데 뭐해야 할지 추천해주세요...
-
알려줘
-
분명 대성에는 입문용으로 최고라고 해서 기출 3번, 뉴런 2번 돌리고 드갔는데...
-
수학 미적 킬러 질문 15
수학 미적분 킬러 두문제 어떻게 손댈지 몰라 고만중입니다.설명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국어 과외 교재 8
대학 가고 드디어 첫 과외 하는데 수능 준비하는 고2 국어 교재 추천 좀 게이들아...
-
아니 엄영대쌤이 ot에서 개정전 기출은 책이 두꺼워서 pdf제공한다고 해서. 미리...
-
말 그대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하나요? 빠작 문법 샀긴 했습니다만...
-
쎈 푸는 시간 0
쎈 한권 푸는데 시간 얼마나 걸려야 정상이야...? 수상 풀거임
-
오즈모 어제 50점 맞아서 기분 좋았는데 31점이 말이 되냐? 선 지켜 ㅆㅂ
-
미분하면 바로 윗끝인 x를 식에 대입하는거 아닌가요..?? 제가 어디를 잘못알고있는걸까요 ㅠㅠ
-
(현돌모 시즌 2 3도 있는데 사물함에 놓고와버림..ㅠㅠ) 편의상 음슴체...
-
4규 풀었고 이제 문해전 하려고 했는데 난이도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10일 안에...
-
4점코드 0
4점코드 수1,2 미적 지금시작하기에 늦음??
-
수학좆된거같네 1
시발ㅋㅋㅋㄱㅋ
-
킬캠 59점 6
하 킬캠 59점 자살마렵다 진짜 공통은 그래도 선방쳤는데 미적에서 ㅅㅇㅇㅇㅂ...
-
맞팔합시당 4
먼저 팔로우 해주심 맞팔해드림
-
안녕하세요 군대에서 수능 준비하려는 99년생 입니다 제가 공부를 해서 원하는...
-
일클 2주차인데 2
본바탕이랑 병행해도 될까요? 노베라 워낙 감이 없어서 3평 대비로 풀려고 하는데 어떤가요
-
저는 한국사를 공부할 때는 흐름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
최근 선생님의 추천으로 EBS '多담은 한국사 연표'로 공부를 해보았습니다. 내신,...
-
1달동안 갓생 살고싶은 예비 고2임 메가 패스 사서 강민철, 현우진, 조정식,...
-
ebs에 다담은 한국사 연표라는 책이 있는데 연도별로 무슨일이 일어났고 자세한...
-
[교재 추천] EBS 多담은 한국사 연표 교재 후기입니다. 0
[교재 추천] EBS 多담은 한국사 연표 교재 후기입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
ㅋㅋ
-
언매 문제집 푸려는데 어떤게 좋을까요?ㅠㅠ 해설도 잘 나와있으면 좋겠어요
-
동욱쌤 연필통 고난도 문제 몇 분 정도 풀어야 적당한 시간인가요?
-
왼쪽 윗부분 이렇게 왔는데 교환 불가능이냐
-
생명1 시대 서바 vs DCAF시리즈 어떤게 나을까요? 0
작년 서바 모의고사를 장터에서라도 구하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시대인재북스에서 나오는...
-
뭘 풀어야 하죠? 저 확통 하는데 확통 처음이라 너무어렵네요
-
제작년에 배기범 백호 오지훈 메가 입성할때 생겨난 프레임이 아직도 유효하다는게...
-
얼마나 두꺼운거노
-
물or생 4
예비고3 참고로 2등급목표 생은 베이스있음 물은 노베 미적개념도 열심히달려야하는데 고려해서 추천좀
-
kiss는 독학으로도 가능? 메가패스라:;;
-
kiss 주간지 4
님들 atom에서 kiss주간지 좋다고해서 만약에 2023버전나오면 독학으로...
-
한완수에대해.. 6
수학 현강들을 예정인 고2 11모 2등급인학생인데 한완수 괜찮나요?? 평소에 글...
-
생윤 오류? 11
교육과정 평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수능이 어떻게 출제 되는지를 고민하고 칸트 영구...
-
기출 개념 n제 다 했는데 마지막으로 다지선다 하는거 괜찮나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다니.. 역시 이번 글은 버리는 카드인가..
좋아요 누르고 가요
대대대원준
이륙하고 싶다..
헉! 이원준학파로 항상 찝찝했던 부분인데 감사드립니다ㅠㅠ
대 원 준
올라갔다
스키마는 배경지식
수능 국어는 문학과 중세국어 위주로 개편
그아아아악
출판 기대 중입니다
이원준 선생님을 한번도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범주, 상하 관계, 대등 관계들이 저 또한 독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들이었기에 책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하네요 다만 논리학 기호로 다루는 건 아직 낯설긴 하네요 ㅎㅎ
너무 감사합니다 ㅜㅜ
설명에 모순이 있습니다.
C, A, B가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C가 발생하지 않으면 "D나 F가 발생하더라도" E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이는 D나 F가 E의 "충분조건"이라는 것과 모순적입니다.
오우 그러네요. D, F를 제외한다면 C, A, B가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고쳐야 겠네요. 지적 감사드립니다. 유명하신 분이 댓글 달아주셔서 깜짝 놀랬네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보다는, INUS 조건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 등에 설명해두었습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필요조건, 충분조건
https://youtu.be/AiNqEz4yXh4?feature=shared
조건문과 인과관계(+필요조건, 충분조건) | 머리야 터져라
https://youtu.be/dMe0ekd-uwA?feature=shared
이 부분 읽을때쯤 잉..? 하면서 왠지 등장하실거 같았는데 정말로ㅋㅋㅋ
면,한은 충분조건 야,만,도는 필요조건
아닛
이원준 학파라면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글들 자주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ㅎ
갓216
브크 들으면서 포함 관계와 인과 관계의 구분이
헷갈렸었는데 덕분에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브크3세대를 듣고 있는데 살짝 스키마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는 안해주시더라고요…
혹시 스키마를 정확히 이해할려면 브크2024 기초를 들어보는게 좋을까요..?? 근데 시간이 없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