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재수생의 엉뚱한 상상
불안감에 떨고 있나요?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재수생 시절 저는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을 해봤어요. 어쩌면 그때 그 엉뚱한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고, 여러분과 함께 이 중요한 시기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전광판이 있으면 어떨까?
수능을 준비하는 각 학생별로 전광판이 있고, 그 전광판에는 각 학생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의 달성 확률이 실시간으로 보인다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하루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전광판의 확률이 높아지는 걸 제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전광판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면 정말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지금 제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한 학생은 없나요?
이런 전광판이 있다면 경쟁이 엄청 치열해지겠다는 생각이요. 확률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쓸데 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모두가 자신의 전광판을 바라보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죠. 그러면 자연스레 경쟁이 엄청 치열해지고 등급컷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휴.. 전광판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처럼 저는 가끔 혼자서 엉뚱한 생각을 하고 혼자서 안도하는 특이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엉뚱한 생각의 끝은 여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저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과연 전광판이 정말로 없을까?
당신이 불안한 이유
저는 이런 가정을 해보았습니다.
현재는 내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A%인데
지금 이 순간부터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내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어떻게 변할까?
당연히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A%에서 점점 줄어들겠죠. 뻔히 답이 정해져 있는 시시한 질문이라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앞선 가정에 따르면 현재 내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인 A%의 A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A가 100이라면 불안해 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0이라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이 A가 0과 100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두 가지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첫째, 내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인 A%를 절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없다. 둘째, 그러나 내가 불안에 떨며 남은 시간을 낭비한다면 상대적인 변화량은 분명 음수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의 힘
전광판이 정말 없을까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전광판이 있다고 생각하며 남은 50일을 보낼지, 없다고 생각하며 남은 50일을 보낼지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전광판이 있다고 생각하며 매일 하루를 보내는 학생이 전광판이 없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학생들보다 남은 기간을 훨씬 더 치열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부터가 그랬고, 제가 그동안 이 사실을 알려준 학생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도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줍니다.
결론입니다.
감정/시간 낭비를 줄이는 것이 경쟁력이다.
전광판이 있다고 믿는다면
불안감을 느끼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학생들의 성향마다 다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테고 앞으로 그 불안감은 평균적으로 증가하는 방향이 될 겁니다. 남은 기간 동안 전광판이 있다는 가정 하에 공부에 매진해보세요. 불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그 순간마다 나의 전광판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정신이 번쩍 들겁니다.
잊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만의 전광판을 실제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포스트잇에 전광판이라 쓰거나,
전광판을 그려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보세요.
눈에 보이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지능 만드는법 0
1. 신경망을 가진 가상의 로봇을 여러 기물이 있는 3d공간에 배치한다 2. 그...
-
되게 무섭네요
-
왜나만원신같이안해줘 11
이거도 이젠 틀.딱겜 소리 듣는구만
-
농대or낮공 가능?
-
독과점 시장의 폐해에요
-
그대로 남을 확률 높음?
-
단연코 코감기이다
-
지워야하나..ㅠ 공익을 위해 놔둬야하나?ㅠ
-
일단 침묵을 유지하겠습니다
-
퓨ㅠㅠㅠㅠ
-
제가 가군에 가천대 한의대 나군에 경희대 한의대 다군에 순천향대 의대를 썼다고...
-
나 21 04년생임 ㅋㅋㅋㅋ
-
"불법"은 시러해요
-
제가 이과라서 물생지를 했는데 재수하면서 목표가 서울대 경제로 바뀌었어요 이 경우...
-
공대 가능이나요
-
아예 새로운 발상이면 사설같다고 지랄 입맛 맞춰주기 참 어렵네
-
하체가... 사실 오늘은 괜찮은데 내일이 ㄹㅇ임
-
가면 상위 몇퍼 이내임?
-
원래 물지였는데 물리는 사문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지구는 고2모고때 1등급...
-
맛점 11
저는내장국밥먹었어요 이제야좀살거같네요
-
변표 영향력 3
원래 탐구 반영비율 적은 학교(20%정도)는 변표 영향력 적겠죠??
-
좇같고힘들다!!!◇◇♧●♡씨발!!!
-
짜파게티 제외하면 2개 먹어본적이 없는데
-
올해 하반기에 참 배운 것이 많다 입시가 아니라 인간관계나 내 오랜 트라우마의...
-
가끔 나이 적어야 할 때 "아 내가 잠시만... 20살은 아니고... 21살이랑...
-
1.올해 들었던 여러 생각들 나도 올해 초까지는, 그러니까 내가 약대 입학을 하기...
-
(서울대 합격)(스누라이프) 서울대 25학번 오픈채팅방을 사전 소개합니다. 2
안녕하세요. 서울대 커뮤니티 SNULife 오픈챗 준비팀입니다. 서울대 25학번...
-
뭐 먹을까
-
집중 안될때 2
어케함?
-
라인에 가만히 서서 받아먹으면 이길텐데 그걸 못해 다들 골드4 나쁜놈들.. 메이플하러가야지
-
개쫄리농
-
보통 계약상 11/30일까지 있지 않나 이투스 역사 가실거같던데
-
궁금해서
-
일단 이 분들은 친구들 모임 거의 안 빠지고 가도 거기서도 친구들이 부러워함 어깨뽕...
-
이번 시간에는 수험생분들부터 고1까지 모두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진단명 어떻게 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
보내주셈뇨
-
입시 할때는 이 직장이 좋아 이 과가 좋아 하고 가다가 졸업하고 취직할 때인...
-
이거 프로필 옆에 뜨게 하는거 어떻게 설정하나여..??
-
뜨거운 재수는 가고 남은건 볼품없지만 또다시 찾아온 삼수를 위해서 남겨두겠소
-
일단 난 머리 존나 멍청해서 걍 3년 꼬라박을거임 2월까진 쿠팡 다니면서 공부하고...
-
볼살 어떻게 빼는 거지 17
현재까지 6키로 빼서 bmi 상으론 저체중 구간에 들어섰고 전보단 볼살이 줄긴...
-
누가 카메라를 저렇게 만져…
-
지방 사는데 그냥 집 근처 독재 vs 서울에 학사 잡고 단과 다니기 뭐가 더 나은...
-
할게 없네 1
뭔가 책 읽어도 집중도 안되고 나가고 싶은데 눈이 너무 많아서 나갈수도 없고.... ㄹㅇ 할게 없음
-
ㄹㅈㄷ 얼버기 5
-
제발 추가콘
-
일단 전 ㅇㅇ
위장중입니다
어..? 누구에게도 위장이 통하지 않을 닉인데 말이죠
뭐야 딱 내 얘기잖아
보이는게 다가 아니야~~~
제가 칼럼 업로드 이외에 다른 오르비 활동을 잘 안 해서 이렇게 댓글에 대댓글만 달아 죄송한 마음입니다ㅜㅠ
100%
more than meets the eye
HAHAHA!!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