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어붕붕 [1140933] · MS 2022 · 쪽지

2024-12-14 20:56:29
조회수 970

내신 영어 0점 받고 연세대 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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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같죠?

진짭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저의 입시 과정을 좀 얘기해 볼게요



우선 저는 중학교 때 왕따였고,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를 안 하고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고 있었어요

오빠는 서울국제고에서 현역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던 터라 

저도 왠지 그 학교에 가야 할 것 같았고

그런 운명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뭘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한 고입이 잘될 리가 없었죠

그렇게 경쟁률이 1.7 정도로 무척 낮았음에도 불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었던, 중학교 바로 옆의 여고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한 학년 인원은 150명도 안 되는 데다

학종으로 연고대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는... 그런 학교였어요

한마디로. 내신 따기만 거지같은 ㅈ반고라는 거죠


여하튼

고입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고민해보면서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자아성찰을 엄청나게 하고 스스로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면서 공부했고

1학년 내신은 1.16 - 1.24로 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강박증이 심해졌어요

우울증, 불안장애도 심해졌고요

그치만 정신의 힘듦을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 할까 두렵다는 또 하나의 강박 때문에

병원도 가지 못했습니다


2학년이 되고, 인원이 무척 적은 과탐 내신이 시작됐어요

화학은 1등급이 2명, 물리는 1,2등급이 각 1 명, 생명은 1등급이 4명이었어요

물리 공부에 아무리 매달려도, 지필고사 만점을 받아도

자꾸 수행평가에서 깎이면서

그 경쟁에서 뒤처지고 1,2학기 각 3,4등급을 받게 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부도 효율이 격하게 떨어져갔고

가장 잘 하는 과목인 국어마저도 이 때 한 번만 2등급이 나왔었네요


가장 큰 문제였던 건,

영어 내신에서 자꾸만 2등급이 나오자 거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졌다는 거에요

1학기 기말고사가 정말 불불불 난이도로 출제되었고

타임어택도 상당했어요

그 때 타종 이후 서술형에 한 단어를 추가하려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어요

그렇게 0점 처리가 되었고, 5등급이 나왔고,

징계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교과 전형에 지원하지 못하는" 엄청난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징계 이력이 있으면 추천을 못 받기 때문)


이 이후 정신이 정말 악화되고, 피부를 뜯고 털을 뽑고 하루 2키로씩 얼음을 씹어먹는 등의 강박행동마저 시작되었어요

그렇게 몸이 상하게 되니 부모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시더라고요

하지만 병원에 다녀도 2학기 내내 정신건강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결국 2학년 내신은 2.23 - 1.8x로 1학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지게 되었죠


2학년 겨울방학에는 그래서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예술영화관에 다녔어요

거기가 저의 도피처이자 휴식공간이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그 동안 정신건강은 조금이나마 호전됐습니다


그러나 3학년이 되고 초반에도 여전히 제대로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이때 저를 걱정하신 담임선생님께서

논술 준비를 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논술을 쓰지는 않았고 논술 학원도 중간에 그만뒀지만,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도 많이 받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또, 3학년 초에 사설 컨설팅에서 서울대 의류학과와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추천받았어요

저는 평소 섬유나 직물에 관심이 많았고 화학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리고 인문, 사회 분야도 꽤나 좋아했죠

1학년 때 엄청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 현황을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분석한 발표를 했다가 사회 선생님으로부터 문과에 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1학년 때부터 가사를 해석하며 음악 듣기를 즐기고 2학년 부터는 예술영화와 비평의 세계에 빠지면서

예술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한 상태였죠


그런 저에게 의류학과는 정말 매력있는 선택지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3학년 1학기 내신은 1.75로 꽤 괜찮게 마무리했고 내신 총점은 1.62가 되었습니다

ㅈ반고이기 때문에 z점수는 형편없었지만요


덧붙이자면 생기부도 정말 열심히 썼다고 말씀드릴 순 있을 것 같아요

ㅈ반고라서인지 친구들은 대체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주제들로 발표를 했어요..

성적이 좋은 친구들까지도요

그 가운데 저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과목별 수업 내용에서 질문점을 찾아 생각해보고 인터넷에 검색하고 논문을 읽으며 답을 내거나

어떤 발명품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국어나 영어, 한국사, 사회같은 분야도 억지로 진로와 엮기보다는 과목 자체에 집중해서 탐구활동을 했어요


여하튼 그  과정에서 생화학 등 화학 분야로 질문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겼고 그게 재밌어서 제가 화학을 좋아한다는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제가 다 제각각이라 과목별 학업역량은 뛰어나도 진로역량이 막 강조된 생기부는 아니기도 했어서

3학년 때는 의류, 고분자 분야에 대한 내용과 질문을 통한 탐구를 섞어서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기부를 쓰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도 없고 이게 맞나 싶고 많이 불안하기는 했어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지만 

누가 확언해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특목고 친구들에겐 밀릴 거라는 부정적 확신(?)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되었죠

저희 고등학교 최초로 연세대를 학종으로 뚫었고

심지어는 최초합에다

전체 선발인원의 3% 이내에게 준다는 특별장학금까지 받게 되었어요



불가피하게 6학종을 썼고

3학년까지도 정신건강이 나빠서인지 (연대 붙은 요 며칠에서야 좀 살 것 같아요. 수능 끝나고도 일주일에 서너번씩 악몽을 꿨습니다) 정시 성적도 안 좋았기에

되게 불안하고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끝까지 버티고

최저도 면접도 열심히 준비했더니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달콤한 결과가 찾아왔네요




뭐...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요

오르비에 중학생 분들도 꽤 계신 걸로 알아요

메디컬이나 서울대생은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면 주제넘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분들께는 특목고 떨어지고 ㅈ반고 가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살아날 길은 충분히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오르비에서 내신 망한 것 같다고 수시 버리고 정시 갈까 또는 자퇴할까 고민하시는 분도 많던데

저만큼(영어 영점처리, 1학년—> 2학년 1학기 거진 1점이 떨어짐) 떨어지셨나요ㅋㅋㅋ

적어도 교과 못 쓰는 벌까지 받진 않으셨을 거 아녜요

그러니 수시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아무리 ㅈ반고여도,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자기가 최초의 학종 진학생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말씀드리고 싶네요



긴 글이 되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다들 원하는 결과 얻으시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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