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출 분석이란 이런 것이다 [2] - 망가진 이해 심폐소생술
안녕하세요,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적완입니다.
오늘은 2024학년도 수능에 출제되었던 '잊음을 논함' 지문을 통해
실전에서 어떻게,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지문은 첫 문단을 독해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이중 부정을 풀어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는 해설들이 꽤 있는 걸로 아는데, 이는 사후적인 풀이일 뿐 현장에서 이중 부정을 생각하며 푸는 것은 꽤 높은 수준의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읽었어야 했는지 그 사고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이홍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하느냐? 잊는 것은 병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잊는 것은 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걸 잡으면 충분히 독해할 수 있습니다.
너는 잊지 않기를 바라느냐? 잊지 않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중 부정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독해하기 어려운 구간입니다. 저 역시도 이 글을 처음 마주했을 때 독해가 망가졌습니다. 근데 우리는 앞서 ‘잊는 것은 병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독해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의심점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잊지 않는 것은 다른가?’
그렇다면 잊지 않는 것이 병이 되고, 잊는 것이 도리어 병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근거로 할까?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여기에서 독해가 완성됩니다. 잊지 않는 것은 부정적인 표현이네요. 잊는 것은 병이 아니라는 말과 조합하면 ‘잊는 것’과 ‘잊지 않는 것’은 반대네요. 잊어도 될 것을 잊지 못해서 병이 된다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냈습니다.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치자.
앞선 표현의 재진술이네요. 잊어도 될 걸 잊지 못하니 병이죠.
그렇다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처음에 잡았던 내용 기억나요? 잊는 것은 병이 아니라는 말이었죠. 근데 ‘그 말이 옳을까?’라고 했으니 의문을 가지고 다음 내용을 독해해야겠죠.
분명 현장에서 이해가 막히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이해가 안된다는 것과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해가 망가지는 순간을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시험 운영 또한 결정되죠.
모든 계획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을 대비하고자 세웁니다.
PLAN A가 그읽그풀을 통한 이해라면, PLAN B를 마련해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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