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음표 띄우기
안녕하세요! 일주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다룰 칼럼의 주제는 물음표 띄우기입니다.
물음표 띄우기는 현장에서 요긴하게 써먹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정도로 강력함과 실전성을 가졌는데요.
저번주 칼럼 링크를 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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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 - 도약 독해] https://orbi.kr/00071108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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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독해를 하는데도 표상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수도 없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도약 독해는 일종의 문법적인 해결 방안이고 이런 경우는 의미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표상이 잘 안되는 문장을 해결하지도 않고 넘어가고, 넘어가고, 넘어가서 결국 그 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 섹션은 문장에서 의미적으로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다룹니다.
'물음표 띄우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물음표 띄우기'를 왜 하는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비문학 지문을 읽을 때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를 마주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그런 때가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지금도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란 이 텍스트만으로는 뇌 안에서 정보를 모델링할 수 없는 텍스트를 말합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사과'
'사과'는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일까요? '사과'라는 텍스트만으로 우리는 뇌 안에서 사과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라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클라이버의 법칙'
이건 어떤가요? 2023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을 풀어본 사람이라면 '클라이버의 법칙'이라는 표현만으로 뇌 안에서 '클라이버의 법칙이 무엇인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클라이버의 법칙'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뇌 안에서 정보를 모델링할 수 없을 겁니다.
'에일리어싱을 방지하기 위해 포인터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이 문장, 이해가 가시나요? 컴퓨터 과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 문장은 왜 이해가 안 갈까요?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가 문장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에일리어싱'과 '포인터'는 이 텍스트만으로는 뇌 안에서 정보를 모델링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물음표 띄우기'를 해야 합니다. 과거에 이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가 나올 때 ’나중에 이에 대해 설명하겠지‘ 하고는 그냥 넘어가 버려요.” 이런 태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에 대해 지문이 끝날 때까지 정의하거나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는 위의 예시처럼 모르거나 생소한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추상적인 텍스트도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에 포함되고, 인과관계를 제시했으나 중간 과정이 제시되지 않아 표상이 안 되는 경우 등도 있습니다. 보통 모르거나 생소한 텍스트의 경우 나중에 정의나 설명이 제시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밖의 경우 혹은 모르거나 생소한 텍스트의 경우에도 나중에라도 정의나 설명이 제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질까요? 왜냐하면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에 대해 맥락이나 텍스트의 표현 혹은 배경지식 등의 단서들을 토대로 추론이 가능한 경우 평가원이 이를 알고 따로 정의나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부분이 문제로 출제되기도 하죠. 이때 적극적으로 추론한 학생은 이를 이해하고 넘어가서 지문 전체를 이해하여 문제를 맞히고, 그냥 넘어간 학생은 이를 모르고 넘어가서 지문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에서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가 나올 때 ’나중에 이에 대해 설명하겠지‘ 하고 넘어가 버리는 태도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나중에 정의나 설명이 제시되지만 너무 나중에 나오는 경우 표상이 안 됐던 텍스트가 포함된 문장으로 되돌아가서 그 문장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되돌아가는 과정을 못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에 대해 이것이 문제 상황이라고 명확히 인식하지 않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물음표 띄우기'를 왜 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것 같아 이제 '물음표 띄우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 중 대표적인 경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 모르거나 생소한 텍스트
- 추상적인 텍스트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는 모르거나 생소한 텍스트, 추상적인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주장만 제시하여 표상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텍스트에 전제를 숨겨 놓아서 표상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인과관계가 등장했는데 원인과 결과 사이의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표상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단어의 표현과 설명이나 정의가 잘 대응되지 않아 표상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등 표상이 안 되는 경우는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공통적인 대응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물음표를 띄운다.
두 번째,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한다.
물음표를 띄운다는 것은 문장을 읽어도 표상이 안 될 때 ‘이게 뭐야?’, ‘이게 구체적으로 뭔 소리야?’, ‘왜 그렇다는 거야?’ 이런 식으로 물음을 던진다는 의미입니다. 물음표를 띄움으로써 표상이 안 되고 있다는 문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당 텍스트에 대한 기억 또한 강화될 수 있습니다. 문장이 이해가 안 되는데 왜 이 문장이 이해가 안 되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도 이에 포함되죠. 즉 문장 내에서 표상이 안 되는 텍스트를 찾아내는 과정이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맥락이나 단어의 표현, 배경지식 등의 단서들을 통해 던진 물음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어떤 문장에서 물음표를 띄웠다면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하는 과정은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차적으로는 그 문장을 넘어가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떤 문장에서 물음표를 띄웠다면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일차적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글의 이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미 추론 문제가 출제됐을 경우 일차적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손쉽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지문을 읽어봅시다.
물론 현실에서 보험사는 영업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보험료에 반영하기 때문에 공정한 보험이 적용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보험료와 보험금을 산정한다. 그런데 보험 가입자들이 자신이 가진 위험의 정도에 대해 진실한 정보를 알려 주지 않는 한,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 개개인이 가진 위험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거기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책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사고 발생 확률이 비슷하다고 예상되는 사람들로 구성된 어떤 위험 공동체에 사고 발생 확률이 더 높은 사람들이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진입하게 되면, 그 위험 공동체의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아져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총액이 증가한다. 보험사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구성원이 납부해야 할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의 위험 정도에 상응하는 보험료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되는데 보험 가입자의 위험 정도에 대한 정보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보다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의 감춰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우리 상법에 규정되어 있는 고지 의무는 이러한 수단이 법적으로 구현된 제도이다. 보험 계약은 보험 가입자의 청약과 보험사의 승낙으로 성립된다. 보험 가입자는 반드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하고, 이를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청약에 대한 승낙을 결정하거나 차등적인 보험료를 책정하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고지 의무는 결과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 정도에 상응하는 보험료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거나, 이를 이유로 아예 보험에 가입할 동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을 방지한다. (2017학년도 수능 발췌)
두 번째 문단을, 표상이 안 되는 부분에서 물음표를 띄우고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하며 읽어보겠습니다.
우리 상법에 규정되어 있는 고지 의무는 이러한 수단이 법적으로 구현된 제도이다.
- ‘고지 의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라고 물음표를 띄울 수 있다.
‘고지 의무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을 가입할 때 자신이 가진 위험의 정도에 관한 정보를 고지해야 한다는 의무를 말하려나’라고 추론할 수 있다.
보험 계약은 보험 가입자의 청약과 보험사의 승낙으로 성립된다.
-
보험 가입자는 반드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하고, 이를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서는 안 된다.
- ‘중요한 사항이 뭘까?’라고 물음표를 띄울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위험의 정도에 관한 사항, 예를 들어 생명 보험이면 지병 관련 정보겠네’라고 추론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청약에 대한 승낙을 결정하거나 차등적인 보험료를 책정하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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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지 의무는 결과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 정도에 상응하는 보험료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거나, 이를 이유로 아예 보험에 가입할 동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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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단을 처음 읽을 때와, 물음표를 띄우고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추론하며 읽을 때는 글의 이해의 정도가 확연히 다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봅시다.
고전 역학에 따르면, 물체의 크기에 관계 없이 초기 운동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일정한 시간 후의 물체의 상태는 정확히 측정될 수 있으며, 배타적인 두 개의 상태가 공존할 수 없다. 하지만 20세기에 등장한 양자 역학에 의해 미시 세계에서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들이 공존할 수 있음이 알려졌다.
미시 세계에서의 상호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을 이해하기 위해, 거시 세계에서 회전하고 있는 반지름 5㎝의 팽이를 생각해보자. 그 팽이는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 중 한쪽으로 회전하고 있을 것이다. 팽이의 회전 방향은 관찰하기 이전에 이미 정해져 있으며, 다만 관찰을 통해 알게 되는 것뿐이다. 이와 달리 미시 세계에서 전자만큼 작은 팽이 하나가 회전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팽이의 회전 방향은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의 두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의 팽이에 공존하고 있는 두 상태는 관찰을 통해서 한 가지 회전 방향으로 결정된다. 두 개의 방향 중 어떤 쪽이 결정될지는 관찰하기 이전에는 알 수 없다. 거시 세계와 달리 양자 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는, 우리가 관찰하기 이전에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가 공존하는 것이다.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과 관찰 자체가 물체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말로 양자 역학의 해석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2018학년도 9월 모평 발췌)
27. 문맥을 고려할 때 ㉠의 의미를 추론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많은 사람들이 항상 달을 관찰하고 있으므로 달이 존재한다.
② 달은 질량이 매우 큰 거시 세계의 물체이므로 관찰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③ 달은 관찰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하므로 누군가 달을 관찰하기 이전에도 존재한다.
④ 달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우리가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
⑤ 달이 있을 가능성과 없을 가능성이 반반이므로 관찰 이후에 달이 있을 가능성은 반이다.
지문을 읽을 때 ㉠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고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를 통해 최대한 추론한 다음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과 관찰 자체가 물체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말로 양자 역학의 해석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라고 물음표를 띄울 수 있다.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다가 당신이 달을 본 후에야 달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냐? 그러니까 관찰이 상태 혹은 존재를 결정짓는 것이냐? 아니다!’라는 말이겠군’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27. 문맥을 고려할 때 ㉠의 의미를 추론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많은 사람들이 항상 달을 관찰하고 있으므로 달이 존재한다.
② 달은 질량이 매우 큰 거시 세계의 물체이므로 관찰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③ 달은 관찰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하므로 누군가 달을 관찰하기 이전에도 존재한다.
④ 달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우리가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
⑤ 달이 있을 가능성과 없을 가능성이 반반이므로 관찰 이후에 달이 있을 가능성은 반이다.
답: ③
이처럼 표상이 안 되는 부분에 물음표를 띄우고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추론하며 읽으면 의미 추론 문제가 나와도 손쉽게 풀 수 있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문장에 추상적인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표상이 안 되는 부분에 물음표를 띄우고 일차적으로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추상적인 텍스트를 구체화하며 읽어야 하는 예시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함께 모여 ‘집합 의례’를 행한다. ㉠ 뒤르켐은 오스트레일리아 부족들의 집합 의례를 공동체 결속의 관점에서 탐구한다. 부족 사람들은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생계 활동을 멈추고 자신들이 공유하는 성(聖)과 속(俗)의 분류 체계를 활용하여 이 상황이 성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속된 것인지를 판별하는 집합 의례를 행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공유하는 성스러움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고 그것을 중심으로 약해진 기존의 도덕 공동체를 재생한다. 집합 의례가 끝나면 부족 사람들은 가슴속에 성스러움을 품고 일상의 속된 세계로 되돌아간다. 이로써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 불과했던 생계 활동이 성스러움과 연결된 도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뒤르켐은 현대 사회의 집합 의례가 기존 도덕 공동체의 재생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도덕 공동체를 창출할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우애와 같은 새로운 성스러움을 창출하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덕 공동체를 구성한 집합 의례다. 뒤르켐은 새로 창출된 성스러움이 자기 이해관계를 추구하며 속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서로 결속할 수 있는 도덕적 의미를 제공할 것이라 여긴다.
㉡ 파슨스와 스멜서는 이러한 이론적 통찰을 기능주의 이론으로 구체화한다. 그들은 성스러움을 가치라는 말로 바꿔 표현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치가 평상시 사회적 삶 아래에 잠재되어 있다가, 그 도덕적 의미가 뿌리부터 뒤흔들리는 위기시기에 위로 올라와 전국적으로 일반화된다. 속된 일상에서 사람들은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자기 이해관계를 구체화한 목표와 이의 실현을 안내하는 규범에 따라 살아간다. 하지만 위기 시기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들의 특수한 이해관계에서 보편적인 가치로 상승한다. 사람들은 가치에 기대어 위기가 주는 심리적 긴장과 압박을 해소하는 집합 의례를 행한다. 그 결과 사회의 통합이 회복된다. 파슨스와 스멜서는 이것이 마치 유기체가 환경의 압박으로 인해 흐트러진 항상성의 기능을 생리 작용을 통해 회복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본다.
㉢ 알렉산더는 파슨스와 스멜서의 이론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들이 사용한 생물학적 은유가 복잡한 현대 사회의 집합 의례를 탐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그 대안으로 ‘사회적 공연론’을 제시한다. 그는 가치를 전 사회로 일반화하는 집합 의례가 현대 사회에서는 유기체의 생리 작용처럼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과정이라고 본다. 현대 사회는 사회적 공연의 요소들이 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요소가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요소들을 융합하는 사회적 공연은 우발성이 극대화된 문화적 실천을 요구한다. 알렉산더가 기능주의 이론과 달리 공연의 요소들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융합이 이루어지는지 경험적으로 세밀하게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 사회의 사회적 공연의 요소들로는 성과 속의 분류 체계를 다양하게 구체화한 대본, 다양한 대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행하는 배우, 계급·출신 지역·나이·성별 등 내부적으로 분화된 관객, 시·공간적으로 다양한 동선을 짜서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는 미장센*,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공연을 광범위한 관객에게 전파하는 상징적 생산 수단, 공연을 생산하고 배포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고도로 분화된 사회적 권력 등이 있다. 그러나 요소의 분화와 자율성이 없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국가 권력에 의한 대중 동원만 있을 뿐 사회적 공연이 일어나기 어렵다. (2018학년도 9월 모평 발췌)
* 미장센(mise en scéne): 무대 위에서의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 장치, 조명 따위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과 실행.
마지막 문단을 ‘물음표 띄우기’를 적용하며 읽어보겠습니다.
현대 사회의 사회적 공연의 요소들로는 성과 속의 분류 체계를 다양하게 구체화한 대본, 다양한 대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행하는 배우, 계급·출신 지역·나이·성별 등 내부적으로 분화된 관객, 시·공간적으로 다양한 동선을 짜서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는 미장센*,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공연을 광범위한 관객에게 전파하는 상징적 생산 수단, 공연을 생산하고 배포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고도로 분화된 사회적 권력 등이 있다.
- ‘사회적 공연의 요소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라고 물음표를 띄울 수 있다.
‘사회적 공연을 집회로 가정한다면 대본은 집회에서 연설문, 배우는 연설자, 관객은 집회 참석자, 미장센은 집회 계획과 실행, 상징적 생산 수단은 카메라, 사회적 권력은 경찰로 임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군’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요소의 분화와 자율성이 없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국가 권력에 의한 대중 동원만 있을 뿐 사회적 공연이 일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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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윗글에서 설명한 ‘사회적 공연론’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A시에 소각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A시의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을 활용하여 낙후된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소각장을 유치하였다고 밝혔다. A시 시민들은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려 집회를 이어 갔다. 반대파는 지역 경제 발전에는 찬성하지만 소각장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찬성파는 반대파가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의견이 갈려 토박이와 노인은 반대 운동에, 이주민과 젊은이는 찬성 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중앙 언론은 이 사건이 지역 내 현상이라며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반대파는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서울에 가서 집회를 하려 했지만 경찰이 허가를 내 주지 않았다.
① 공연의 미장센이 A시에 한정되어 펼쳐지고 있군.
A시에서만 집회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② 공연의 요소들이 융합되어 가치의 일반화가 일어났군.
반대파와 찬성파가 합의에 이르렀다는 서술이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공연의 요소들이 융합되어 가치의 일반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
③ 출신 지역과 나이로 분화된 관객이 배우로 직접 나서고 있군.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관객으로 볼 수 있고, 반대 운동이나 찬성 운동에 적극 참여한 사람들을 배우로 볼 수 있다. 토박이와 노인은 반대 운동에, 이주민과 젊은이는 찬성 운동에 참여했다고 서술되어 있으므로 출신 지역과 나이로 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④ 상징적 생산 수단과 사회적 권력이 공연의 전국적 전파를 막으려 하는군.
중앙 언론을 상징적 생산 수단으로 볼 수 있고, 경찰을 사회적 권력으로 볼 수 있다.
⑤ 배우들이 지역 경제 발전에는 동의하면서도 서로 다른 대본을 가지고 공연을 수행하는군.
반대파도 지역 경제 발전에는 찬성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답: ②
<보기>와 선지들을 토대로 추상적인 사회적 공연의 요소들을 다시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지문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추론했던 것과 부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문에서 추론한 것과 <보기>나 선지에서 구체화된 것이 모두 부합하지는 않을 수 있다면 지문을 읽을 때 굳이 추상 개념을 구체 개념으로 바꾸어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장에 추상적인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표상이 안 되는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서 뒤늦게 <보기>나 선지를 통해 구체화하여 문제를 풀 때와 추상적이어서 표상이 안 되는 부분을 ‘물음표 띄우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론한 뒤 <보기>나 선지에서 구체화된 것과 비교하며 문제를 풀 때는 시간상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문장에서 표상이 안 되는 부분에 물음표를 띄웠지만 그 문장 내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하는 일차적 과정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추론에 성공할 정도로 단서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 문장을 넘어가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최대한 추론하는 이차적 과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차적 과정은 물음표를 띄운 문장을 넘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성공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오래 걸려서 성공할 수도 있고, 아예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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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다룰 칼럼들은 모두 『독해분석』에 있는 내용들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판매 페이지 혹은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독해분석』을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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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칼럼은 '텍스트 암기 시도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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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산불 진압에 죄수 900명 투입…"하루 불 끄면 이틀 감형" 2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소방당국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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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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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능아에 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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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계산을 뒤지게 못함요 계산 복잡하고 기출 아니고 문제27번 29번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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꺆 0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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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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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수 생1 2등급인 재수생입니다. 작년에는 백호t 커리를 탔습니다.라이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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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자라는데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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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건 뭘 물어보는지 명확하고 계산도 비교적 깔끔한데요, 이친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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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트정시 성적 4
혹시 지스트 가능할까요..?2025학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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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점공 1
아직안했는데... 진학사에서 6칸이었어서 괜히 했다가 쫄리기 싫어서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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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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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재밌으니까 언어이해<<순수재미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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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떻게 검사한다는거임? 이것때문에 개인적인 얘기 안쓰는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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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범 준 0
“ 스 타 팅 블 록 ” 다섯 글자에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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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예인들 출연료 보면 뜨악함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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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숫자가 다름? 팔로워분들 싹다 팔로잉 했는데도 팔로잉 숫자가 더 작은데 무슨 오류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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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답률대로 평한번만 남겨주실수 있나요? Ex) 90% 눈풀이 70% 펜잡아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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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굿밤 9
코코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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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특 pdf 1
수특 pdf는 언제쯤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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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1박2일처럼 고생하고 돈받는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고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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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산문도 봄? 10
나 산문은 현대소설 고전소설 수필 막론하고 눈길도 안줬는데 걍 연계기출이랑 사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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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정외사학 복전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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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갳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