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오랜만인데 먼가 많이 바껴서 낯서네요.. 옆에 숫자는 머지 레벨인가...
오늘 과외구해서 상담 하고 오면서 든 생각을 좀 썼다가 학생한테 나중에 해주고 싶어서 겸사겸사 써봐요 ㅎ
전 공부 별로 열심히 안 했어요. 수험생 끝나고 제 친구들 중엔 이명때문에 치료받고 그런 애도 있다던데, 그런 공부썰은 공부하다가 코피터진거 바께 없어요 ㅋㅋ 근데 전 원래 일주일에 서너번은 터져서.. ㅋ 위에서 말한 10시간 하던 학원에 있던 사람들처럼 오늘 만난 학생도 자긴 자습이 넘쳐난다고 숙제 많이내줘도 해낼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ㅎ 독학으로 입시를 치르는게 쉬운결정은 아니었을텐데, 준비도 많이하고 이것저것 정보 얻을 수완은 갖춰놓은거 같았어요. 나름의 공부법에 대한 주관도 있어 보여서, 하면되겠다 싶은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말하는 공부의 정설같은 문장들을 들으면서, 이친구가 어쩌면 이것때매 원하는대로 성적이 안 오르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단어는 많이 외워야 하고 단어장은 손에서 놓으면 안될 정도로 생활화되어 있어야한다, 수학문제를 반복해서 풀고 기출은 여러번 풀어야한다. 영어는 끊어읽어야 하고 의미단위로 읽는게 체화가 될때까지 반복해야한다... 아 시간관리 얘기도 하던데..
자기 혼자 공부의 정석 같은 문장들을 나열하면서, 그걸 따라하려는, 따라하는 자신에게 고무되어있어 보였어요. 10시간 채우기 저도 많이 해봤는데, 솔직히 쉬워요. 나이 20근처에 이만큼 못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10시간 일하는거나 10시간 앉아서 공부하는거나.. 일하는게 더 힘들거 같은데.. 재수를 맘먹은 사람이라면 수학문제 100문제 앉아서 풀고있는거 별로 안 어려워요. 더군다나 그 100문제를 공부의 정석에 나온 문장에서 시킨대로 '따라'하면서 풀었다면 스스로에게 넌 정말 뿌듯한 10시간을 보냈어! 이러면 성적이 오를거야! 라고 최면걸기 딱 좋죠. 옛현인의 말씀 따라하듯 바람직하다고 알려진 공부법을 실천했으니까요.
혼자서 뿌듯해하는게 수험생한테는 가장 피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느낀 가장큰 문제는, 옛 현인의 말씀을 따라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아닌듯, 자신은 냉정히 분석하여서 취할거만 취하는 척해도, 이미 맘속으론 선택적수용도 없이 표면상 노력하는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고있는 상태같았어요.
저런 정설같은 문장들, 자신 스스로의 해석을 해보는 단계가 없이는 힘이 없어요. 공부를 하고있지는 않으면서 종편에서 공부법 소개하는 프로 보면서 통밥상 응 저건 당연한 말이지, 이러는거나 똑같은 거에요. 전 단어 별로 안 외웠어요. 인강강사도 나보고 단어외우라고 말하는데, 모의고사 치던 멀 치건간에 단어가 문제가 된 적이 한번도 없어서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그게 옳은 말이건 아니건 저한테 별로 해당사항이 없어보여서 안 했어요 기출 많이 푸는것도 여러번 푸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 고민해보고 그 효과를 겪어본 적이 없다면 그냥 남이 말하는걸 그대로 떠드는거나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런 공부덕후같은 말들에 자신은 수험생이니 고무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합리화하지마요. 저것들은 옳은 말이고 본질을 건드리는 말이지만 따라한다고 자연스레 본질이 건드려지는건 아니거든요. 뭔가를 처음 공부할 때는 본질을 보라고 해도 볼 수 없어요. 전반적 이해가 안 된 상태이니 머가 중요한지를 못느끼죠. 그럼 이 단계에 놓인 초심자는 조력자가 없으면 머부터해요 삽질부터 시작하는거죠. 기본부터 닦는단 명목하에 시행착오란걸 겪잖아요. 어릴때부터 그러면서 학습해오잖아요. 근데 수능을 치려했더니 이 과정을 없애주는 모두에게 열린 현인의 말씀같은 조력자가 등장한거에요. 기본을 닦는건 똑같은데 시행착오 과정은 올바른 공부법이란 이름으로 없애줬어요. 엄청 이득인 상황인거고 이래서 다들 이 말을 경전처럼 외고 다니는가보다 싶은데,, 문제는 그러면서 삽질에서 깨닫던 과정이 사라져 버리는거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자연스레 소홀해져요.
본질을 건드리는 문장은 결국 한두줄이에요 이런건 사람을 행동하게 만들 수 없어요. 결국 이걸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 한두줄의 해석을 갖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때는 얼핏보기엔 매우 비효율적이에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읽나요? - 의미단위대로 적절히 끊어 읽으세요.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 의미단위란건 어떤건지 감이 잘 오는 예문도 겁나게 찾아보고 보이는 문장마다 의미단위로 쪼개는 연습을 하고, 어디서 이상한 글을 읽고는 품사마다 죄다 끊어보기도 하고, 이런짓을 계속하다가 나중엔 문장하나를 위해서 의미단위를 찾는법을 한 10단계즘으로 나눠서 오 이렇게 했더니 모든 문장을 다 의미단위에 맞게 읽을 수 있군! 하고서는 후에 오르비에서 어떤 영어고수의 글을 읽고 에이 내가 만든 10단계중 3,4, 8 단계는 사실 없어도 되는거였네 이러면서 7단계로 줄여서.......
네 이렇게 공부하는 사람 없죠. 예시가 조악하네요. ㅋㅋㅋ근데 전 이런 느낌으로 공부했어요 ㅋ 독학이니 물을곳도 없고 인강강사 QnA게시판에다가 올리는 질문이라고는 죄다 강사가 강의중에 잠깐씩 말했던 공부법문장들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행동강령들을 요구했죠. 실제로 저 7단계 같은, 제가만든 온갖 형식적인 툴을 들이밀면서 이러는게 옳은건지 묻는 황당한 짓도 하고 그랬어요. 이게 맞다싶으면 포스트잇에 쓰고는 계속 적용해요. 이건 제가만든 공부법 같은거니깐. 그러다가 보면 또 다른 과목이 문제에요. 그럼 그때부터 다른 포스트잇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겪기 시작해요 ㅋㅋ 그리고 어느순간 잊고있던 영어로 돌아보면 자연스러워져 있어요 형식적인 7단계를 써놨던 포스트잇도 떼버리고 그냥 편하게 읽게 됐어요. 제가 뭔가를 체화했던 과정은 죄다 이런느낌이었어요 ㅋㅋㅋ 정말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스스로 세울 때까지 고민하고 이래봤다가 저래봤다가, 칼럼도 겁나게 보고 QnA게시판은 이미 뜬구름잡는 질문들로 괴롭힌 상태고 ㅋㅋ 머리 쥐어뜯으면서 왜케 안될까 하는 고민을 달고살다가 아 이건가 보다, 에이 이건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이거다! 하는과정을 반복하는... 그래서 간신히 세워놓은 7단계를 마지막에 가서는 거추장스러운거 다 떼고 본질에 가까워져서 한 두줄의 문장을 말해도 전체를 볼 수 있게 되는거죠.
수험생이 끝나갈 무렵엔 저도 현인의 말씀을 말하는 시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처음에 스스로한테 고무되어서 들은대로 뱉어낼 때와는 그 한두줄의 문장을 말할때 실을 수 있는 무게가 달라진 상태죠. 저 뻘짓같은 7단계를 만들면서 머때문에 막혀서 고민하는지 뭐가 잘 못된건지를 고민하는게 일상이었어요. 난 왜자꾸 영어 풀때 의미단위랍시고 부사구의 한복판을 끊어버리는거지, 어법을 잘 못하나.. 아닌데 아무리 봐도 어법은 공부가 부족하지 않은데.. 여유가 없나 하루만 쉬어볼까, 내가 잘 못된 습관으로 읽는건 아닌가, 어 이사람이 쓴 칼럼대로 하고있는거 같은데...
깊게 파고들 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파고들기도 쉽지만 그만큼 틀리게 하고있는걸 발견하기 쉬워요. 진짜 최악은 온갖 오류들을 죄다 덮어놓고는 난 하란대로 하고있다! 라고 고무되는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진 모르겠어요. 근데 전 제가 성적을 올린 이유가 이런 하나도 깔끔하지 않은 공부과정들을 겪으면서 저 멋있는 공부의 정석문장을 제 관점으로 해석하는 과정들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데 더 집중해 보라는 거에요. 스스로의 변화에 민감하게, 아픈거같으면 과감하게 쉬고, 너무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린거 같으면 놀러가기도 하고... 어제는 잘 되었는데 오늘은 왜 뻑뻑한가.. 어제와 오늘이 뭐가 다른걸까? 어제는 이러이러했고 오늘은 이러이러해서 아닐까? 라고 답할만큼 자신을 잘 알 수 있는게 필요해요. 중요한건 얼마나 열심히 앉아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반복을 했는지, 얼마나 현인의 말씀을 따랐는지 가 아니란거에요. 수험생은 자신을 계속계속 알아보기 좋은 시기에요. 그니깐 남의 말을 듣는데 집중하지 말고 스스로를 보는데 신경써요 적어도 그러면 결과에 책임져줄 사람은 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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