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기관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1부: 2021수능 정치와 법 5번 문항 출제오류 행정소송
2부: 피고측 준비서면에 대한 반박
1. 출제기관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2. 피고측이 주장하는 명시적 지시사항이 존재하는가?
3. 피고측이 제시한 묵시적 지시사항은 타당한가?
4. 과연 ‘약속’이라고 할 만한 근거가 있는가?
5. 포괄적 해석 하에서 3번 답항은 정답이다!
6. 수능은 어떠한 시험이 아닌가?
7. 유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례인가?
8. 왜 허수아비를 공격하는가?
(목차는 수정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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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제기관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가. 엄격한 논리적 기준
피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수능시험(정치와 법)이 논리학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문제 전체가 아닌 한 문장만을 근거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여 문제를 풀이하고 있습니다.”(2021. 6. 14. 피고 준비서면 4쪽)
위 진술은 “논리학 시험은 한 문장만을 근거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여 문제를 풀어도 된다”는 주장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는 일반 상식과 한참 어긋나기 때문에, 피고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진술을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원고측 해석이 타당하다는 피고측의 ‘묵시적’ 인정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참고로 피고는 논리학자인 한양대 OOO 교수에게 초대 수능 검토위원장 및 2021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길 만큼 논리학을 신뢰하는 기관입니다. 또한 이의심사 제도를 통해 출제오류를 인정했던 다음 사례들을 보면, 피고는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문제에 대한 논리적 가능성을 검토해왔습니다. (갑 제0증)
1) 2010학년도 6월 모의평가 직업탐구(프로그래밍) 13번 복수정답
비록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친 평균 수준의 수험생들이 출제의도에 의하여 정답으로 예정된 답안을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선택하는 데 별다른 장애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진리를 탐구하도록 하는 교육의 목적을 고려하여 엄격한 논리적 기준을 적용한 사례입니다.
이 문항은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나온 좌표값을 [해독 절차]에 따라 적용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입니다. 프로그램의 결과로 나오는 좌표 (x, y)는 프로그래밍에서 2차원 배열의 (행, 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에서는 2차원으로 구성된 4×4 배열의 특정 위치를 가리킬 때 (행, 열)의 방식을 이용합니다. 또한, [그림]의 가림판에 표시된 0, 1, 2, 3의 숫자는 2차원 배열의 첨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C 언어나 비주얼 베이직 언어에서는 통상적으로 배열의 좌표값 (x, y)에서 x는 행 번호, y는 열 번호를 의미하며, 현행 고등학교 프로그래밍 인정도서에도 문항에 제시되어 있는 2차원 배열의 요소를 표현할 때 (행, 열)의 방식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시한 ②번 ‘금수강산’이 정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로 나오는 좌표값 (x, y)를 (행, 열)로 해석할 수 있는 단서가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의 제기 내용과 같이 좌표값 (x, y)를 (열, 행)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와 같이 해석한다면 해독결과가 ‘대한민국’이 됩니다. 따라서 이 문항은 ②번 이외에 ①번도 정답으로 인정됩니다. |
(x, y)를 (열, 행)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제한하는 명시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서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듯, 이 사건 문항도 갑국과 을국이 모두 대통령제로 해석될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2) 2009학년도 6월 모의평가 수리 나형 28번 복수정답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관습일지라도 문항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아래처럼 반례를 허용하게 되어 복수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본 문항의 xn은 n의 양의 약수 중 짝수인 약수의 개수에서 홀수인 약수의 개수를 뺀 값이다. 따라서 이 문항에서 문자 m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더라도 m을 자연수로 간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경우 <보기> ㄷ은 참인 명제가 되어 이 문항의 정답은 ④가 된다. 그러나 문자 m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므로 m의 값으로 모든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예컨대 m=log2가 <보기> ㄷ의 반례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본 문항에서는 ①도 정답으로 인정한다. |
(n, m은 자연수)라는 조건만 추가됐어도 위 수학 문항은 복수정답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사건 문항도 ‘서로 다른’이라는 네 글자만 추가됐어도 복수정답 소송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3) 2017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물리II 정답없음
피고는 “이 사건 문제의 출제 의도가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라는 두 정부 형태를 비교하는 것임을 수험생으로서는 넉넉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지만,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포괄적 해석 하에서 ③이 정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도 피고는 출제오류를 인정해왔습니다.
이의신청 내용에 대해 관련 전문 학회의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출제위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통해 이의신청 내용의 타당성을 논의하였습니다. 논의 결과 비록 많은 학생들이 전형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출제 의도에 맞게 자기장 방향을 설정하여 문항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학회의 자문 결과와 같이 이의신청 내용에서 제기한 사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기> ㄱ은 자기장의 방향을 특정할 수 없어 조건에 따라 ‘참’과 ‘거짓’이 달라지므로 <보기> ㄱ을 ‘거짓’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보기> ㄱ을 ‘거짓’으로 판단할 때, 5개의 답안 중 ‘참’인 ㄷ만으로 구성된 답안이 없으므로 ‘정답 없음’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의심사위원회에서는 이를 최종 확정하였습니다. |
4) 2015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II 8번 복수정답
이 사건 문항은 표현상의 문제로 인해서 abXY 문장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포괄적 해석 하에서는 ③이, 배타적 해석 하에서는 ④이 정답이 됩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에 피고는 둘 다 복수정답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을 조절 유전자에 프로모터가 함께 포함된 것으로 보거나 ‘∼결합한다.’의 의미를 결합한 상태로 보는 경우 <보기>의 선택지 ㄱ은 ‘참’이 되고, ㉠에 프로모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결합한다.’의 의미를 최초에 결합하는 동작으로 해석하는 경우 <보기>의 선택지 ㄱ은 ‘거짓’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문항은 교육과정에 위배되지 않지만 표현상의 문제로 인해서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보기>의 선택지 ㄱ과 ㄴ을 모두 ‘참’으로 판단하거나 <보기>의 선택지 ㄴ만 ‘참’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
참고로 원고는 포괄적 해석에 따라 원칙적으로 ③만이 정답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정답이 ④에서 ③으로 변경되는 것이 가장 정의롭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적 혼란을 고려시 정답변경이 어렵다면, 최소한의 조치로 ③을 복수정답으로 인정하여 억울한 원고가 구제될 수 있길 강력히 요구합니다.
5) 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 수능 과학탐구 지구과학I 8번 복수정답
이 사건 문장 “갑국~정국의 정부 형태는 각각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중 하나이다.”은 대통령제나 의원 내각제가 아닌 제3의 정부 형태를 배제하라는 명시적 지시사항일 뿐입니다. 이때 두 나라의 정부 형태가 같은지 다른지에 따라 ③의 진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③도 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에 피고는 둘 다 복수정답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본 문항은 판의 경계 부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진원 분포 자료를 분석하여 판의 경계에 나타나는 지형과 판의 특징을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의신청 내용을 요약하면 문항에서 진원 분포와 판의 이동 방향이 같다는 조건만 주어졌으므로, 두 판의 이동 방향이 남서쪽이냐 북동쪽이냐에 따라 <보기> ㄷ의 진위가 달라질 수 있어 정답으로 발표된 ①번뿐만 아니라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관련 학회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북동쪽으로 진행하는 경우와 같은 판 운동 사례는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있었고, 이를 고려했을 때 실제 상황에서의 정답은 ①번이 가장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실제 상황 외의 이론적인 상황에서는 두 가지 경우가 모두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이에 이론적인 상황을 소재로 구성된 문항으로 학습한 학생들의 혼란을 방지하는 취지에서 ①번 외에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나. 소결론
이상의 사례를 보면, 피고의 엄격한 논리적 기준에서 왜 이 사건 문항이 이의 심사 단계에서라도 출제오류로 인정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원고에 대해 “한 문장만을 근거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여 문제를 풀이”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피고가 오랜 기간에 걸쳐 엄격한 논리적 판단을 통해 쌓아온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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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
승소가즈아!
가능세계 지문 보다가 수능 국어를 푸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논리학 지식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혹시 괜찮은 도서나 자료가 있을까요?
만약 시험까지 1년 이상 남았다면 두뇌보완계획100 추천합니다.
가장 쉽게 이해하는 '가능세계' [두뇌보완계획100]
https://youtu.be/L3PxAVJBy4E
만약 올해 수능 대비로, 압축적으로 정리하려면 제 강의를 보셔도 좋습니다.
https://class.orbi.kr/course/1793
두 번째 변론 전에 다 공개되지는 않을 거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