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손글씨 분석서, 그리고 간단한 수필
22.06 손글씨 분석’.pdf
1년간 50명 이상의 학생을 지도하며 든 생각들
1. 수업의 체감 시급은 학생이 결정한다.
똑같은 시급이어도 어떤 학생은 그 절반의 가치를, 어떤 학생은 그 몇 배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지금이야 수업이 익숙하지만,
저도 처음이 있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과외비를 받았던 게 부끄러울 정도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가장 인상이 깊은 학생은 제 두 번째 과외생입니다. 처음부터 저는 5~6명의 수업을 동시에 진행했기에 거의 첫 학생이라 봐도 무방하죠.
그 부끄러운 실력을 가졌음에도,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해 가르쳤고
실력이 부족하면 양으로 밀어붙이자는 생각에,
거의 매일 봤던 주도 있었습니다.
학생이 수업을 안 해오면 수업이 없는 날에 학생을 불러서 제 앞에서 자습을 시키곤 했는데 그때 본인의 공부 능력을 어떻게든 늘리고자 애쓰는 학생의 모습을 보며, 몰래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번 겨울에 가르친 학생이 기억 납니다.
운이 좋게도 세 명의 학생이 특출났습니다.
솔직히 제게 왜 배우나 싶었지만, 나름 가르칠 건 많았기에 열심히 가르쳤고요.
그 중 한 명은 제가 하는 것들을 뭐든지 스스로 곱씹으며 나름의 검증을 했습니다. 가끔씩 설명하다 멍때리는 거 같아 뭐하냐 물어보면 자기 식대로 받아들이는 중이라고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당장의 엄청난 성적 향상을 보이진 않았지만, 잘 될 것 같습니다.
2. 성적이 오르는 학생은 누구인가?
지난해 가르쳤던 두 명의 학생을 에시로 들겠습니다.
A와 B의 국어 성적은 비슷했습니다.
2~3등급, 가끔은 4등급까지도 진동.
A는 전과목적으로 비슷비슷한 성적대를 보인 학생입니다.
중앙대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였습니다.
B는 국어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의대 지망생이었고 확실히 공부를 할 줄 아는 학생이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특출난 사고력을 보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해봤자 우수한 정도입니다.
두 학생 모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간을 가르쳤습니다.
어떤 학생을 가르치든, 5~6주 정도 되면 제 방법론이 스며들고 있음이 보입니다.
B는 1등급의 성적으로 제게 연락을 줍니다. (확정된 성적은 백분위 95%)
겨우 두 달입니다.
왜 B는 성공했을까요?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 됐던 학생은 A였습니다.
B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서로 친밀감을 쌓긴 어려웠고 수업을 하다 보면 종종 이 학생이 정말 내 말을 듣고 있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러나 다음 수업 때 이전 수업을 테스트 해보면, B는 굉장히 높은 학습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항상 숙제를 내주면 10% 이상은 더 해옵니다. 공부의 기본 자세가 되어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굳이 저한테 배우지 않았어도 적당한 지도가 있었다면 1등급이 되었을 겁니다.
반면 A는 항상 10% 부족한 학습을 해옵니다. 항상 뭔가 아쉬웠습니다. 대체로 수업 내용을 알고 있긴 하고 뭔갈 배웠다는 느낌은 있어도 그뿐입니다. 결국 그리 좋지 못 한 성적을 받습니다.
결국, 성적의 향상은 학생의 ‘능동성’에서 옵니다.
3. 과외는 꿀 알바가 전혀 아니다.
2년차에 들어서야, 꽤 괜찮은 수입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수업해야겠다는 확신도 있습니다. 수업 준비도 나름 효율적으로 합니다. 남들은 제가 쉽게 쉽게 이뤄낸 줄 압니다.
아주 처음에는 시급 1.5로 시작해서, 실제로는 최저시급도 안 되게 일을 했습니다. 여러명을 지도 해도 겨우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시급을 더 받을 수 있었죠. 그러나 아직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확신이 없는 강사가 비싼 시급을 받고 일하기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이란 걸 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사회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수험생일 때 느끼는 스트레스와 비교가 안 됩니다. 수험생 때부터 정말 와일드라이프 정글 속에서 홀로 살아남았다고 자부하는 저이지만, 이 일을 하고 받게 된 스트레스는 격이 달라요.
지금은 처음의 몇 배의 시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는 이게 그렇게 효율적인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방학이 되면 저는 밥도 못 먹으며 하루 종일 수업과 수업 준비만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밤 11시임에도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 했습니다.
4.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과 달리, 경력에 확실한 대가가 붙으며, 잘만 한다면 커리어로서 가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라는 점은 아직도 이 일을 손에서 놓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암묵지를 명시지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며, 분석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납니다.
저는 언젠가 이 능력으로 아주 멋진 일을 할 겁니다.
그 전에, 이를 갈고 닦는 데 가장 좋은 일이 바로 수능 국어 교육 일입니다.
이 능력을 인정받아 보고 싶습니다.
또한, 대학 졸업 전에는 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져야 나중에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수월할 거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 이유가 있는데 대충 위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5. 여름 수업을 맞이하며
최근 일주일 간 수업을 홍보하고 학생을 만나 상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의 사정 때문에 그룹과외는 못하게 되어 이번 여름은 정말 많이 바쁘고 체력이 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거 말고도 해야할 일들이 있는데.. 그래도 마냥 한가한 것보단 낫죠.
어떻게 가르쳐야겠다는 게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올해는 딱히 뭘 안 해도 문의가 많습니다.
수업이든, 일이든 말이죠.
사실 1학기 말~여름방학 시작 쯤
저는 꽤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감이 돋을 대로 돋아 있다고 자부했던 학기 초와는 달리 근 한 달 간 미적분만 하면 정말 쓰는 뇌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기본부터 몰아쳤습니다.
다행히도 2주 고생하니 좀 돌아오기 시작했고
오히려 지금은 이전보다 사고가 더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확실히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또, 이전에는 부담감과 중압감에 시달렸다면
이젠 이 일을 하는 과정 자체를 조금씩 즐기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6평을 거의 무한으로 즐기며 분석하고 수업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수업들과는 세세하게 포인트를 달리하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말 잘 됐으면 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싶은데, 제 능력이 됐으면 하네요.
올린 자료는 6평 손글씨 분석서입니다.
후에 더 세세한 분석서로 찾아뵐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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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의 2020년 칼럼 정리]
https://orbi.kr/00034624645
[필독] 여러 공지사항들
https://orbi.kr/00034607455
*웬만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 해 드리나, 짧고 무성의한 질문은 답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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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답은 칼럼 등의 컨텐츠로 활용됩니다. 상담을 요청하신다면 이를 동의한다고 간주하겠습니다. 컨텐츠로 활용시 익명성은 충분히 보장됩니다.
신 그는 케인인가?
소중한 손글씨 분석 정말 감사합니다! 스스로 분석해본 6평이랑 비교해보면서 더 능동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또 존경합니다
뭔가 했네요 ㅋㅋㅋㄱㅋㅋㅋㄱㅋㅋ